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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Jan 19. 2024

저랑 사진을요? 왜요?

Ppaarami’s Diary(29) 

11월 10일


  놀랍게도 스리랑카에 가끔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받는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예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정작 예쁜 건 그들인데, 그 예쁜 얼굴로 나에게 예쁘다고 말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이게 요즘 새로 생긴 신종 기만인지 아니면 스리랑카식 오래된 기만인지 궁금해한다. 




  여인의 얼굴은 조막만 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뼈대가 얇고 다리가 곧다. 머리숱이 풍성하고 구불구불한 머리채가 허리까지 늘어져있다. 흑진주 같은 눈앞이 깊은 눈매 속에서 빛난다. 매혹적이다. 그런 여인이 나에게 함께 '셀카'를 찍자고 한다. 내가 뭐라고 거절하겠는가.  요청자의 카메라 속으로 얼굴을 밀어 넣는다. 화면 속에 나와 여인의 얼굴이 있다. 여인의 얼굴 옆에 있는 나의 얼굴은 

오징어다. 단연코 그렇다.     


  아마 요청한 여인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다시 쳐다봤을 것이다. 오징어가 아닌 척하려고 있는 힘껏 웃는다. 20대에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나는 일찍이 대고객용 미소 짓기 스킬을 터득했다. 그래서 '당신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 나는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여인과 얼굴을 맞대면 그런 미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활짝 웃는 오징어다. 




  이쯤 되면 이런 나와 사진을 찍으려는 건 다른 흑심이 있어서는 아닐지 의구심이 생긴다. 나는 이용당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녀의 얼굴을 한층 빛나게 해주는 것이로구나. 내가 조명으로 쓰이는 거구나. 

비로소 상황이 이해가 된 나는 이제야 해맑게 웃을 수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세상 가장 밝은 조명이 되기로 한다. 

미녀와 인간조명이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아, 눈부시다. 

여름이었다.


적도였다.



학교 행사에서 선발된 스리랑카 미남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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