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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Jul 28. 2021

유재석

불안정하고,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성공이란

얼마 전 유튜브 피드를 내리다가 유재석 씨가 30주년이 되었다는 썸네일을 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별생각 없이 클릭해서 보게 되었다.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회차였는데, 막상 볼 때는 별생각 없이 본 것 같았지만, 잠이 드려고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어 밤잠을 설쳤었다. 아마 평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유느님만의 이야기가 날 그렇게 만들지 않았었나 싶다.



가장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유재석이라는 이름은, 이름보다는 하나의 고유명사 같은 단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함, 꾸준함, 노련함, 등과 같이 바람직한 성공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참 저 자리까지 3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또 그것과 같이 따라오는 단어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 관리를 얼마나 혹독하게 했을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내가 시작 부분에 썼던 부분이다. 유느님을 썸네일에서 보자마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별생각 없이 클릭했던 것 - 나에게, 혹은 많은 이들에게 이분은, 티비를 돌리다가 나오면 멈춰서 보게 되고, 유튜브에서는 보자마자 클릭하게 되는 어떠한 보증수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도전에서부터 (사실 쿵쿵따나 책을 읽읍시다부터..) 지금의 유퀴즈나 놀면 뭐하니까지,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 생활 곳곳에 유재석의 흔적이 남아있다.


세 번째로, 세상에 많은 유재석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재석 씨도 굉장히 힘든 무명 시절을 보냈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을 하며 언젠가는 나에게 '유재석 모먼트'가 올 것이라 믿으며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명언?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말 존버 하는 모두가 성공을 할까? 만일 그러하다면 세상에는 수많은 유재석들로 넘쳐나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모두가 다 같은 노력을 한다 할지라도 성공은 그중에 극소수만이 가져간다면, 그 극소수를 이루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Photo by Guille Álvarez on Unsplash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보자면, 먼저 절대로 유재석 씨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코미디언 분들이 100이라는 노력을 했다면 유재석 씨는 아마 200 정도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 자리에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200과 같은 노력을 했던 개그맨이 유재석 씨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유재석 씨 본인도 말씀하셨듯, 무명시절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해도 모두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을 때 자신을 알아봐 주었던 은인 같은 PD분들, 본인의 성공을 응원해 주었던 동료분들 등 - 물론 그분의 훌륭한 인품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 어떻게 보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 소위 인복의 요소도 결코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 사실 이 부분이 성공을 이루는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노력(만)을 강조하며 성공과 연결시키기 때문에 마치 노력과 성공이 '인과관계'같이 형성이 되어있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데이터 분석가의 직업병이랄까), 노력과 성공은 '상관관계'이고, 또 그래 야한 만다. 그렇지 않다면, 노력한 모두가 다 성공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또 너무나 당연히, 노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고, 어떻게 보면 성공의 전제조건 같은 것이다.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노력하지 않으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 (insinity) 


아인슈타인이 했던 이 유명한 말처럼, 남들과 다른 노력은 무언가 다른 결과를 기대하게 해주는 것은 틀림이 없다. 노력이 성공의 밑거름이라면,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는 것이 모두의 '유재석 모먼트'를 꽃피워 주는 단계일 것이다. 그 누구도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 금수저로 태어났다면 해당이 안 되겠지만, 얼마 전 역대급 역주행을 한 브레이브 걸스도, 위문공연을 편집해 준 그 한 유튜버 덕분에 성공을 할 수 있었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도 결국 누군가의 눈에 띄어야 하는 것이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도 면접관이 자신의 노력을 알아봐 주었을 때 가능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은 불안정하고, 불공평하고, 불평등하다고 바라본다. 그런 세상이기에 성공에 절대적인 공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아마도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유재석 씨가 몸소 증명했던 것처럼 노력과 사람,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성공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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