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안티프래질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해외에서 매번 맨땅에 헤딩을 해오면서, 지금의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을 조금은 일찍 배웠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면, 인생에는 언제나 내리막이 있고 그 끝에는 항상 오르막이 있다는 것. 대부분의 추운 시련과 아픔 이후에는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이다. 처음 싱가포르 유학을 갔을 당시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은 항상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이 되어 다가왔고, 그 뒤에 유럽에서의 막막했던 나날들도 결국엔 나에게 수많은 선물 같은 순간들을 안겨주었다.
항상 이렇게 추상적으로만 생각해 보던 것을 몇 년 전에 책으로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의 저자 Nassim Taleb는 이러한 성질을 Antifragile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깨지기 쉬운 이라는 뜻의 Fragile과 반대가 되는 말이기에 강인함 (Robust)과 혼동을 많이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깨지기 쉽지 않으니 막 다뤄줘' 혹은 '더 나에게 시련을 줘'가 맞는 해석일 것이다. 내가 느낀 여기서의 핵심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계속해서 힘든 시련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만들기 위해자발적으로 계속해서 괴로운 쇠질을 하러 헬스장에 가는 것과 같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렇다, 나는 다니던 회사가 망했으니 강제로 Antifragile을 당해버린 것이다. 잘린 시점인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네덜란드에서는 외노자에 신분이므로 비자 문제나 집, 이것저것 복잡한 게 많았지만 신기하게 모든 외적인 어려움은 생각보다 빨리 회복이 되었다 (심지어 그 짧은 기간 동안 영주권까지 받았다). 처음에는 바로 일을 구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 시련이 나에게 엄청 큰 보상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애초에 아예 일을 구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실업자 신분으로 일 구하는 것 말고 한 달 동안 열심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두 가지는 1. 사업준비와 2. Passive Income 만들기이다. 1번 사업준비는 평소에 생각만 했었던 사업을 유럽에서 하는 것, 또 그 준비기간과 동시에 돈 들어올 구실을 최대한 만들기 위한 2번이 되겠다. 그래서 앞으로의 포스팅은 데이터나 유럽 직장과 관련된 것이 아닌, 유럽에서 백수로 살아남기와 같은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원해서 생긴 시련이 아니지만, 내 인생에 축적된 데이터가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라고, 그래야만 더 큰 보상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돌아온다고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에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지만 재밌는 것도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