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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Feb 28. 2024

1년 3개월간의 백수 생활을 마치며

 트레이더로서 배운 것들 1

2022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나는 회사에 속해있지 않았었다. 1년도 더 된 나의 지난 포스팅에서 볼 수 있듯, 다니던 스타트업이 휘청거리면서 나는 거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잘리게 되었고 그 뒤로 회사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9 to 5에서의 해방

9 to 5 혹은 9 to 6, 흔히 직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유튜브에서 자칭 회사가 아닌 자신의 무언가로 '성공'한 사람들이 직장인은 노예다, 매트릭스 속에 갇혀 사는 것이다, 등과 같은 말들로 인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어서 빨리 이 루저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한참 직장에 다닐 때에 특히 더 많이 들었던 말 같은데, 아마 나도 자연스레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또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와 같은 콘텐츠들이 조회수가 높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잘리고 난 처음에는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고 기분도 좋고 그랬다.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그 느낌이 나를 해방시켜 준 것만 같았다. 그래도 돈은 벌어먹고살아야 하기에, 처음에는 한국에서 식제품 관련을 유럽으로 이어주는 사업 같은 걸 생각했었다. 하지만 식제품과 관련된 것들을 수입하는 절차가 너무나 까다로웠고 (대부분은 모든 걸 지키면서 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것들을 전부 지키면서까지 그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나는 주식 트레이더가 되었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원래 주식 포함 투자 같은 것들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라 생각보다 별생각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처음 몇 주정도 나만의 트레이딩 방식을 찾기 시작했었고, 어느 정도 확실해진 다음 나는 미국 주식만 했었고, 내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 기준으로 오후 3시 30분부터 미국장이 열리기 시작한 다음 초반 몇 시간에만 집중적인 트레이딩을 했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걸까, 처음엔 돈이 벌리기만 하는 것 같았다. CFD라는 파생상품으로 레버리지까지 얹어서 하는 공격적인 트레이딩 성향 때문인지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빠르게.


트레이딩은 심리싸움이고 당신은 패배할 것이다

문제는 돈을 벌 때가 아닌 잃을 때 나타난다. 트레이딩은 인간의 심리와 전혀 맞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정확하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어떠한 주식에 100만 원을 투자했다고 하고 우리의 목표는 10%의 수익률이다 (물론 이 자체도 너무 디테일이 없는 목표지만). 하지만 이 주식이 정말로 10%가 올랐을 때, 칼같이 익절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용하는 플랫폼에 익절을 프로그래밍하지 않은 이상 인간은 익절 하기를 거부한다. 왜? 당연히 더 오를 것이라고 우리의 모든 감각기관이 말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할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적어보자.

x%가 더 오름: 정말 예상한 만큼 x%가 더 오르고 있다. 익절을 여기서는 할 수 있을까? 더 오르면?

어느 정도 올랐다가 y%만큼 내려 원래 목표였던 10% 수익률 구간: 원래 익절 포인트인데.. 여기서 팔까? 아니지 며칠 전까지 계속 올랐던 거 보니까 다시 올라갈 것 같은데?

z%가 내려 수익률이 0%가 됨: 원래 +였는데 기다리면 오를 것이다. 존버!

a%가 내려 수익률이 -가 됨: 아 이것이 횡보? 조정? 인가보다! 물타기 하면서 존버!


사실 내 기준 모든 시나리오의 대응은 잘못되었다. 애초에 가장 잘 한 거래라면 처음 10% 수익에 도달했을 때 어떠한 이유에서든 익절을 해야 한다. 그것이 처음에 설정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밑의 4가지 시나리오는 애당초 생기지도 않았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극히 일부라는 건,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인간 본연의 심리에 굉장히 충실한 것뿐이다.


이것은 투자의 예시이고 내가 했던 트레이딩은 이것보다는 훨씬 위험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나도 모든 시나리오를 겪어보면서 철저히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나는 패배할 때의 손절은 명확했어서 소위 말하는 깡통은 차지 않았지만. 사실 투자로 돈을 번다고 해서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100만 원으로 10%를 며칠 만에 벌어봤으면, 당연히 뒤에 0이 몇 개 더 붙으면 내 연봉을 벌었고 어쨌고 저쨌고..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나는 주식 전문가들이 모의투자나 소액으로 시작하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의투자나 소액으로는 절대로 내 심리적 한계치를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내 돈을 잃어봐야 배우는 시장이다.


트레이딩보다는 투자를

어찌어찌 나는 나만의 트레이딩 스타일을 구축했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도 계속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말이었을까, 그 당시 내 운동 PT였던 친구가 한 말이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만들었다. 그 친구와 운동을 할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트레이딩과 투자 철학 같은 것들을 알려주고, 그 친구의 주식 포트폴리오도 봐주고 했었는데 하루는 정말 진지하게 나보고 남들을 가르쳐 보는 게 어떻냐고 물어봤었다. 

I think you should start a lesson for people, seriously


그 말이 고맙기도 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지만, 이 세상에는 비슷한 류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구글이나 유튜브에 트레이딩 관련 아무거나 쳐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기처럼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단다. 이 주식을 사야 하고 저 코인을 사야 하고, 차트의 보조지표는 이렇게 설정해서 완벽에 가까운 차트를 만들고 등등.. 하지만 난 99% 이상의 그들은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설령 그러한 방식들이 그들에게 먹혔을지언정 대다수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트레이딩은 심리적 싸움이고, 모든 인간의 심리적 그릇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 일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타이밍을 기다리면서 매수에 들어가고 저 타이밍에는 매도에 들어가!'라고 하는 점에는 모순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서 내 투자 여정을 사람들과 공유할 것이다. 왜 다시 회사로 들어가서 트레이딩이 아닌 투자인지는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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