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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포터 Nov 14. 2023

플레이브 문화에 대한 존중이 없네

버추얼 문화 알아보기 대장정

얼마 전에 MBC에서 IDOL RADIO LIVE IN SEOUL(일명 아돌라콘)을 TV에서 보여준 적이 있다. 이미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여러 정보를 통해서 플레이브의 첫 오프라인 콘서트 영상을 본 지는 오래였다. 

하지만 무려 TV에서 해주는 영상이라는데! 이걸 놓칠 수야!



일부러 편성 시간을 기억했다가 시간에 맞춰서 딱 채널을 돌렸었다. 

감동적인 것은 언제 봐도 몇 번을 봐도 감동이더라. 


혼자만의 감상에 젖어가고 있을 때, 내 옆자리를 함께하던 엄마가 그런 말을 했다.


“저 친구들은 콘서트를 하는데도 캐릭터 모습이네.”

“그치. 저 모습이 본체니까.”

“콘서트를 하면 사람이 나올 줄 알았어. 콘서트잖아.”

“? 그래서 저 친구들이 나온 거잖아?”


엄마는 내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저 친구들은 평소에도 저런 모습을 하고 다니려나?”

염색하고 머리를 기르고 그럴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엄마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야 했다.


아니! 저 모습이 그냥 플레이브 그 자체야!

지금 와서 그때를 다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정말 내가 말하는 게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 같다.


버추얼 세계에 있어서는 캐릭터 그 모습이 본연의 그 자체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것이다.

버추얼 세계 자체가 알기 어려운 걸까, 아니면 무엇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그런 고민이 있을 때 즈음 예전에 보았던 유튜브 영상이 하나 떠올랐다. 여담이지만, 이전에 버튜버 관련 회사에 면접을 보러간 적이 있었는데, 이 업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면접 합격률을 높이고자) 본 것이나, 개인적으로는 꽤나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버튜버를 중점으로 다루는 영상이기는 하나 “버추얼”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영역에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단, 해당 영상은 정말 스트리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버추얼에 대한 내용만 가볍게 다뤄보고자 한다. (파란색이 영상 인용을 의미합니다.)

**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 많이 고민했지만, 소재로 다룰 영상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꼭 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긴 글에 부담을 느낀다면, 마지막 부분 왜 버추얼을 사랑하는가만 읽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버추얼의 개념에 대하여


버추얼 캐릭터는 트래킹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이 플레이되는 것이 아니라 얼굴 표정, 몸짓, 움직임 등을 추적하는 장치를 쓰고 그 추적에 의해서 앞에 있는 버추얼 캐릭터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버추얼을 켜고 있을 때는 “지금 이거 잘 되고 있는 거 맞나?” 싶었다. 버추얼도 신경 쓰고 실장님 말도 듣고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면서 얘기를 해야 되다 보니까 되게 산만하고 그러더라.


이전 글에서도 다룬 적 있지만,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로 캐릭터의 외형을 가지고 왔다. 


실제로 그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연기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며, 캐릭터 외형과 실제 사람의 조화로 이루어진 것이 버추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트래킹한다고 해서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닌 듯하다. 영상 속 예시는 버추얼 유튜버가 주를 이루는데, 얼굴에 음영을 드린다거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은 별도의 조작이 필요하다고 일컬어진다.


플레이브는 이와는 경향이 조금 다르나, 결국 캐릭터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지,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모든 상황을 대응해야 한다든지, 기술적인 오류를 대처한다든지 등 무수히 많은 경험과 연습이라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 트래킹을 통해서 다양한 표정을 활용했을 때 가지는 장점을 이용을 해야 되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적절한 타이밍에 그 표정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도 대단한 연습이 필요한 일.



세계관과 캐릭터성


버추얼들의 특징이 다들 각양각색의 배경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실제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자기 어렸을 때 재밌었던 썰이나 이런 게 본인의 현재 모습에 어울리지 않아서 말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Q) 그럼 그런 거 이야기할 때 그 세계관 안에서 놀았던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나요? “우리 코인 노래방 같이 갔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A) 약간 치환을 하는 거죠. “버추얼 서울에서 만났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외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특징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특징이 통용될 수 있는 어떠한 세계관도 있다는 의미고.


영상의 예시처럼 ‘서울’, ‘코인 노래방’ 이런 실제 현실의 것들을 화제로 끌어들인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몰입도는 분명히 떨어진다. 그리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성상, 이들을 좋아하는 팬층이 기대하는 모습이 있을 텐데 그 기대를 저버리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 세계관, 관계성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지를 보는 것 또한 버추얼 문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 : 그, 테라에 의정부라는 곳이 있죠?


(모르는 척을 하는 것에서 오는 유쾌함과 세계관을 유지하려고 하는 자아 모멘트들이 주는 웃음 포인트가 꽤나 상당한 편이다.)



버추얼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 자체에 독특한 외형과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 밈 형성에 유리한 면모가 있다. (중략) 재미있는 상황이 쉽게 만들어지고, 대화의 주제도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방송 거리가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자신의 어떤 캐릭터성을 초기에 빠른 시간 안에 시청자 또는 팬층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건 장점이 있다.


캐릭터에는 서사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서사에 맞게 캐릭터가 구현되었다. 영상 예시에서는 ‘메리 크림치즈’ 버추얼 유튜버 님이 나타났는데, 양의 속성을 갖고 있고 실제로 외형도 양에서 모티프를 딴 모습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상황은 양고기를 먹지 않는다든지, 양고기가 화두에 오르면 표정이 굳어진다든지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양고기를 경계하는 모습은, 버추얼 캐릭터의 모습이 양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상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그려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떠한 캐릭터 서사를 갖고 있고 어떠한 속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캐릭터성을 어떻게 그려낼지를 보는 것도 버추얼 문화의 유머러스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저는 비건 돌고래에요. 저는 해산물을 먹지 않아요.


(지금은 그렇게 추구해오던 캐릭터성을 와장창 깨버리는 발언을 하지만, 오히려 재밌다.

�: 생선을 꺼내 먹으면서 안 꺼내 먹는 척. 나쁜 돌고래.

�: 네! 먹었습니다. 어쩔 건데?!)



▶ 유니 님은 콘셉트가 유니콘인데

▷ 콘셉트란 말 쓰시면 안 돼요

▶ RP?

▷ RP라는 말도 쓰시면 안 돼요

▶ 캐릭터가 이제…

▷ 캐릭터라 말도 쓰시면 안 돼요


이번 글 그리고 이전 글에서 나도 꽤나 캐릭터라든지, 설정이라든지 하는 표현을 계속 써왔다. 그 편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이건 버추얼 문화에서는 지양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캐릭터 모습으로 모든 것이 귀결되기 때문이다.


역할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가장을 한 것도 아니다. 탈을 쓴 것도 아니고. 


실제로 기술로 구현해 내고, 이 버추얼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서술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제작 과정의 이야기일 뿐이고, 이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 이렇게 두 분류로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지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미 거기에 마침표가 찍혀 있다. 그 뒤를 구태여 캐지 않으며, 캘 필요도 없다. 그냥 그런 것이다.



콘텐츠의 확산성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캐릭터로는 많이 접하지만 그건 이미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안에서의 행동일 뿐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라이브로 반응하는 걸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일인데, 소통하면서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얘기도 잘하고 호응도 잘하고 하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을 것.


라이브 영상(또는 실황 영상)은 확산성에 있어서는 단점을 가져올 수 있는데, 긴 영상 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만 클립해서 영상을 만들게 되고, 요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타고 있으면 퍼져나가기 좋고.


라이브를 하는 버추얼의 경우, 긴 영상 시간은 장벽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더더군다나 요즘 미디어 트렌드 자체도 짧아야 한다. 1시간 30분 영화 러닝 타임을 즐기기보다도 유튜브에서 10분짜리 요약 영상을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는데, 이건 여기서도 다를 바가 없다.


긴 시간은 결국 장벽으로 다가오게 되고, 하지만 긴 방송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하다. 그것이 콘텐츠인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긴 방송으로 유입시킬 수 있을까, 거기에 답이 짧은 클립이다. 그리고 정식 채널에서 만든 클립이 아니라 팬들이 생산해내는 클립, 이것이 중요하게 자리 잡게 된다.


팬들의 창작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되고, 그 일환이 결국 일반 대중들에게도 퍼지게 되고. 여기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그렇게 긴 영상으로 유입되고.


이런 선순환적인 과정을 통해서 버추얼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KMU 수현 님도 플레이브의 고장 영상을 보셨다고 하니, 요런 것에서 새삼 플레이브의 인기를 실감하고는 한다.)



콘텐츠의 제약


본인 캐릭터가 화면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제약받는 아이템도 있다.


야외 방송 

: 버튜버는 기본적으로 트래킹도 되어야 하고, 트래킹이 가능한 장소 안에 모든 걸 채워야 하기 때문

콜라보

: 예를 들어 한 명은 실제 모습이 나오고 다른 한 명을 버추얼로 띄워야 되면 ‘그 공간만 지우고 버추얼을 띄워야 되나’ 부터 시작해서 복잡해지는 편. 


많은 기술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다 보니 순탄치 않은 콘텐츠가 있다고 한다.


야외의 경우, 외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에서 큰 강점을 갖는 방송인데 버추얼 세계는 그것이 쉽지 않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비로소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콜라보 또한 현실 세계의 것과 협업을 해야 할 때 이 또한 많은 노고가 숨어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사람과 버추얼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위화감 없이 보일 수 있을지. 단순히 사람뿐만 아니라 상품의 경우에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등 버추얼 이외의 영역과의 협업에는 큰 장벽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플레이브는 화면 컷을 나누어 실제 사람과 버추얼의 영역을 구분하려고 한다든지, 음성만 출연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실제 현실과 소통하곤 한다. 상품(협찬)의 경우에도, 사전에 미리 제작해두는 등 뒤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터 분들의 협력을 구하며 현실과 버추얼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왜 버추얼을 사랑하는가


실제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루트를 따르게 된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진입을 하더라도 나중에는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미 클리셰가 자리 잡혀 있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을 해야 시청자들이 만족을 하게 된다. 그 반면 버튜버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 대상이 사람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 맞지 않는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아, 이 사람의 특징이구나. 이 사람의 개성이고 다른 면모구나’를 받아들이면서 ‘아, 이 사람이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서 좋아졌어’ 아니면 ‘어떤 게임을 할 때 이런 식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좀 더 마음에 들었어’ 같은 행동 양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


이번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캐릭터성과 세계관을 붕괴시키는 언행을 해도 왜 그것이 재미있는지. 기술이 오작동을 해서 문제가 생겼는데 왜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는지. 노아의 베텔기우스 커버 영상이 왜 300만 뷰를 넘겼으며, 팬들이 어느 부분에서 플레이브를 응원하는지.


모든 것은 하나를 관통한다. 단순하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예인도 잘 꾸며진 모습 속에서 허당끼가 은근히 내비쳐진다거나, 내세우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 언뜻 보이면 대중들도 그런 데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낀다. ‘내가 알고 있던 모습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고. 그리고 그 갭을 모태 삼아 팬이 되기도 한다.


애초에 자신의 일을 잘하는 사람은 늘 멋있다. 그것이 어떤 일을 하든, 본업에 충실하고 또 노력하고 그게 실력으로 증명된다면 그것만큼 사람이 주는 매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버추얼 싱어 그룹으로 시작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개그맨 레코드라고 불리고 있다. 아마 평소엔 ‘버추얼들은 약간 본인 RP에 사로잡혀서 상황극 놀이를 하는 그런 유치한 애들 아니야?’라고 생각한 분들이 있다면 실제로 보면 ‘평소에 좋아하던 스트리머들이랑 큰 차이가 없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아마 접근할 수 있을 것.


영상 속 마지막에 나온 말이다. 


우리가 알던 것들과는 차이가 없다. 콘셉트 없는 엔터테인먼트는 없다. 

버추얼은 그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그저 겉모습이 캐릭터일 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포함하여 좋아하고 또 응원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버추얼 문화에 대한 이해이지 않을까.




플레이브의 예쁘다 커버 영상도 나름 조회수를 잘 타고 있고, 꽤 여러 곳에서 플레이브를 언급하는 것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팬으로서 우리 애들 유명해지는 것은 무척이나 좋지만, 잡음도 함께 들려오는 것은 조금 슬프더군요. 


사람들이 잘 받아들여주기까지는, 분명 많은 단계 단계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젠가 우리 예쁜 외계인들을 올바르게 바라봐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참고 영상>

- 우리만 몰랐던 미지의 세상, 업계인에게 들어보는 버튜버 이야기 (버튜버 초대석 1부)

https://youtu.be/ZgjgaYvrC7Y?si=mOosBb79wkND6e3z

- 버튜버가 쉬워 보여? 극소수의 성공과 이면에 존재하는 그늘 (버튜버 초대석 2부)

https://youtu.be/4pWaLGKHVB4?si=MdVEGykmO4fm85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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