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IP, AI를 만나다 : 2023 AI 페스티벌] 시청 후기
이번 글에는 플레이브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플레이브는 AI가 아니니까요!
♥: 우리 AI 아니야!
버추얼 아이돌에 진심인 날들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 내 알고리즘은 버추얼 / 아이돌 / AI로 점령당했다. AI는 버추얼 아이돌이 갖는 중의적인 의미로 인해 따라오는 거니까, 이제는 뭐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슈퍼 IP, AI를 만나다 : 2023 AI 페스티벌] 컨퍼런스 광고가 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타게팅되었다.
AI 아이돌이라니! 냅다 예약을 갈겼다.
플레이브와 같이 모션 캡처를 통해 구현되는 영역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지라, 그에 대한 반동으로 AI라고 하는 영역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고 있던 중이었다. 아주 알고리즘은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원래는 실시간으로 보려고 했던 거였는데, 해외라고 하는 제약과 개인 일정이 이리저리 꼬이면서 결국 처음 목표는 대실패하고야 말았다. 다행히도 다시보기가 지원되는 덕에 늦게 나마 접할 수 있었다.
요번 컨퍼런스를 통해 AI 아이돌이라고 하면 모두 동일한 시장 가치를 추구할 것이라는 나의 편협한 사고가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건 남겨야 해!” 싶어서 요렇게 짧게나마 기록해 보기로 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하나는, [MAVE로 보는 AI 휴먼의 미래]며
다른 하나는, [IITERNITI가 보여주는 AI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AI 아이돌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 것인가는 공통된 주제였지만,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이 많이 달랐다.
MAVE 강연의 경우,
AI 아이돌 중, [아이돌]이라는 영역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아이돌보다도, 아이돌을 육성하는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AI가 갖는 가치에 대해서였다.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을 일종의 상품으로 여기고 있고, 더 나아가 IP로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가장 꿈꾸는 IP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고 (= 계약 기간에 제약이 없고) 사고를 치지 않는 (=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 그런 Super IP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아이돌이란 사람, 그러니까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아이돌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 AI를 골랐고, 그 결과가 바로 MAVE라는 것이다.
즉, MAVE를 통해 지향하는 점은 AI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 모색 및 고유성 극대화에 있는 것이다.
IITERNITI 강연의 경우,
AI 아이돌이라는 단어에서 [AI] 영역에 집중해서 내용을 펼쳐 나갔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보다 창작자의 측면에서 AI를 유용하게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지향점을 들었을 때 떠올랐던 것은 보컬로이드였다. 보컬로이드는 음악을 만들었지만 만든 불러줄 가수가 없을 때 그걸 대신해서 불러주게 하는 도구다. (대표적으로 하츠네 미쿠가 있다)
IITERNITI는 보컬로이드에서 한 발짝 더 나가 AI의 형태로 변모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 환경이 여의치 않을 때 (인적 자원이 없다거나, 재화가 없다거나 등 같이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있을 때) 여기에 AI를 도입하여 창작자가 갖고 있는 상상의 범위를 한계 없이 제공하자는 것이 요 세션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이었다.
출연자 또는 현장 리스크가 절감되고 캐릭터 IP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1인 기획사, 1인 크리에이터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구축하는 것.
IITERNITI로 추구하는 것은 AI의 범용화를 통한 창작 환경 제공인 것이다.
같은 AI를 테마로 하더라도 두 회사 및 두 그룹이 지향하는 점이 많이 달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AI를 어떻게 보다 사람답게 만들 것이냐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몰입도를 줄 수 있을 지였다.
외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보다도 어떠한 페르소나를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완전무결함보다도 어느 정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좋아하는 경향성이 있어서 이걸 어떻게 설정할지 많은 기획 리소스를 요한다고 한다.
또한 단순히 ai를 개발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욱 케이팝 영역에 잘 녹아들고, 이를 수용하는 관객 및 수용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가를 끝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한다.
높은 품질의 기술과 교감 가능한 면모,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이루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AI가 갖는 과제이자 방향성인 것이다.
사실 강연을 보면서 무언가 묘한 기분을 계속 받았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거지?’ ‘내가 지금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는데, 강연을 다 보고 곰곰이 내용을 반추하다가 겨우 그 이유를 발견했다.
나는 아직 사람이 없는 아이돌이 익숙하지 않다.
플레이브에게 마음이 동했던 것도 결국 그 뒤에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나친 완벽함이 아니라 어느 면에서는 단차가 있는 그런 인간적인 면모가 좋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계적인 입장에서 아이돌을 바라보고, 그걸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나한테는 어쩐지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강연 중에서 조금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우리가 정말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이미 가상의 존재를 계속 사랑해왔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드라마를 보고서 극 중 한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는 점이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한 캐릭터의 팬이 되는 것이 바로 그러하다고 했다.
2D부터 3D까지 폭넓게 덕질을 하면서, 아이돌이나 성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속에서 최애캐 한두 명은 거뜬히 마음에 품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 이번 강의를 돌이켜보니 어쩐지 일리가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기존 아이돌이 갖고 있는 것을 구태여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 현재 아이돌이 하고 있는 팬사인회 등 문법처럼 자리 잡은 그것들을 모두 해야만 아이돌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경험을 꿈꾸고 어떤 즐거움과 감동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상상력을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건 AI 아이돌이기 때문에 그 범주에 한계가 없다고.
여기서 왜 AI 아이돌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의식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버추얼 아이돌도 그 맥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