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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Jul 31. 2022

내 직업은 브랜드 디자이너

우리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뭐든지 하리라.

2013년, 그저 그런 수도권의 전문대를 입학하고 9년.


어느새 석사 학위 취득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있는 지금,

어쩌다 나는 브랜드 디자인에 발을 담그게 되었을까?


제품디자인의 꿈을 안고 입학했던 한 친구가 30살의 나이를 앞두고 어느 화장품 회사의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게된 스토리에 대하여 쓰고자 한다.


훌륭한 미술대학교를 나와 나보다 더 나은 출발점에서 출발하는 디자이너들이 훨씬 많겠지만, 나와 같거나 나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예비 디자이너들을 위해 내가 쓰는 몇 문장의 글이 작게나마 응원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디자이너는 동종업계에 비해 굉장히 박봉이기 때문에, 정말 이 분야를 사랑하거나 일종의 사명감(?)이 없으면 오래 버티기 힘든 분야 중 하나이다. 만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공부는 못하겠고 진입장벽이 낮아서'라면, 당장 다른 분야를 찾아보길 권한다. 디자이너는 평생 공부해야하는 직업중 하나이며, 매년 바뀌는 흐름을 적응하고 따라가지 못한다면, 10년차가 되어도 당신의 연봉은 6천만원을 넘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걸까?


우리 브랜드가 화장품 회사로써 어떤 행동을 하던간에, 그 행동들은 모두 시각적으로 표현되어야만 한다. 표현 매체는 영상이 될 수도 있고, 몇 줄의 글이 될 수도 있고, 한 장의 사진이 될 수도 있고, 근사한 선물 상자가 될 수도 있다. 모든 표현 매체의 중심에는 디자이너가 있다. 양이 많거나 프로젝트의 규모가 거대한 경우에는 외주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직접 쳐내는 일이 다반사다. '화장품 회사 디자이너'라고 하면, 미려한 용기 디자인과 세련된 패키지, 그리고 감각적인 키비주얼 촬영 컷을 떠올리지만 사실 위와 같은 작업을 하는 시기는 런칭 전 생산 단계에서 잠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나도 제품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화장품 용기 디자인에 대해 부푼 마음으로 입사했지만 대한민국의 중소 화장품 회사는 나에게 '프리몰드*'라는 약간의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프리몰드 : 금형제작 회사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기성 용기를 뜻한다. 일반적인 원통형의 용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금형을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고, 가격이 저렴하다.)


실제로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고, 런칭하는 브랜드의 창조 과정이 굉장히 고되고 힘든 과정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제품은 결국 팔리지 않으면 예쁜 쓰레기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화장품은 보통 2년~3년의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기간 내에 제품이 모두 팔리지 않는다면 전부 폐기물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제품의 판매를 디자인이 100%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인게이지먼트를 늘리는 요소로써 디자인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로 작용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작업은 브랜드를 건강하게 정착시키고,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위에 말한 브랜드의 모든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고, 표현 매체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은 마케터(기획)가 방향성을 수립하고 기획된 내용을 디자이너가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역할로 흘러가게 되지만, 규모가 작거나 런칭이 얼마 안 된 스타트업 규모의 회사는 디자이너가 마케터의 역할도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내가 그런 케이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그 내용은 나중에 차차 이야기로 풀어보려 한다.


한창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3~4년차의 디자이너이지만, 나는 전문성보다는 '얕고 넓은' 다양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정도의 실력이나 결과물 퀄리티를 가지고 과연 '제너럴리스트'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며 내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 하면서 종종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디자인팀 (중고)신입 모집공고를 쳐다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디자인은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누구보다 우리 회사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고, 회사 직원들에게 브랜드 OJT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디자이너가 되었으며,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물불 안가리고 가능한 모든 일을 시도해보려고 하고 있다. 홈페이지가 필요하면 홈페이지도 만들고, 인터뷰가 필요하면 인터뷰 촬영을 하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인스타그램 채널도 관리하고, 필요하면 광고도 집행하고, 대행사 미팅도 하고. '디자이너가 이런거까지 해야 되는거야?' 라고 현타에 빠져있던 나는 이제 2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우리 회사 대표님과 마주 앉아 비즈니스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브랜드 디자이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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