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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Dec 22. 2022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이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니, 실패는 그냥 '실패'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남아야지,
생각 없이 시도해서 벌어지는 '실패'는 그냥 '실패'일뿐이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회의감을 많이 느낄 때는 무리한 요구에 응해준 대가로 '실패'를 얻는 경우이다. 디자인팀 내부에서 나온 리스크를 관리하려 들지 않고, 영업과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 채 임원진의 그간 경험과 직관적인 판단력으로만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하였을 때. 임원진의 격려사에서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를 통해 또 하나를 배웠다'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오답노트 풀이 없이 되풀이되는 오답의 연속일 뿐이다.


작은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힘든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는 인력관리가 충분히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임원진의 직관적인 판단과 결정 때문이다. 세 번째는 회사에 애정이 없는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다.


작은 기업에서 이 세 가지 문제를 바로잡을 경우, 엄청난 성장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이 세 가지를 완벽히 보완했음에도 일어나는 실패의 경우 서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다음 시도를 위한 강력은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반면, 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실패는 회사를 파산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이유


1. 인력관리가 충분히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임직원 100명 이상의 중견기업 또는 그 이상의 대기업은 이미 체계가 명확하게 잡혀 있는 곳이 많다. 이는 명확하게 R&R로 구분하고, 업무 역할 별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하여 인사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정반대이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모두 법인으로써 해야 하는 업무는 규모 상으로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쓴다는 점을 빼면 그 역할은 비슷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디자이너가 제품을 직접 포장하러 공장에 불려 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유휴인력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업무스케줄이나 할 일 등을 명확하게 구분해놓지 못하니 임원급이나 팀장급이 업무지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날 하루는 탱자탱자 놀면서 원하지 않는 월급도둑(?) 행세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또 휘몰아치듯이 일이 생기고, 밤을 새우고... 이런 일상의 반복이 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리어에 대한 회의감이나 스트레스로 인력 이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업무 효율이 낮고, 업무의 분배와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은, 소위 말하는 '당나라 군대'같은 회사에 일 잘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는 아마 그 회사를 가장 먼저 박차고 나갈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회사에 결국 성과를 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10분의 1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직원을 데리고 있으려면 훌륭한 시스템과 조직운영이 필요한 법이다.



2. 임원진의 직관적인 판단과 결정이 '실패'를 만든다.

임원진의 직관적인 판단과 결정. 언뜻 보기엔 '필요한 덕목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때로 경영진의 과감한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할 때가 있긴 하지만, 경영진은 주로 수많은 결정들 위에 놓여 있는 결정권자이다. 매번 직관적인 판단과, 단순 경험에 의한 결정은 득 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위에 언급했듯 무리한 요구에 응해준 대가로 '실패'를 얻는 경우라고 하였는데, 이는 기존실무진의 리서치 단계와 구체화 과정을 다 엎어버리고 경영진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 방향성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경영진은 실무진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세우려고 하는 걸까? 중견급 이상의 기업에서 리서치 단계는 굉장히 방대한 자료를 모은 뒤, 필터링하는 단계를 거치기 마련이다. 인력이 많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를 다방면으로 얻을 수 있고 이를 잘 정제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한두 명의 결정권자가 단시간 내에 브레인스토밍을 거친다고 해서 나오는 결과와는 데이터의 질부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소기업은? 기껏해야 2~3명 정도의 실무 담당자가 리서치를 진행해도 자신의 방향성에 맞추어 bias(인지 편향)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리서치 결과를 보았을 때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이 충분히 생각날 수 있다. 그러면 기존의 조사 방향성을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보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결국 기존에 진행했던 업무가 다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소기업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이 프로젝트에 투입될수록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일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인원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엉뚱한 생각이 다른 사람에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에서 한 명의 의견은 그저 한 명의 의견일 뿐이어야 한다. 이는 대표와 경영진도 마찬가지이다. 회의를 진행할 때에, 경영진으로써 사업의 최전방에서 들은 많은 이야기를 직원들과 함께 솔직하게 나누고, 실무자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모두에게 공유하면 회사는 더욱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간단한 예로 토스의 서비스 개발은 직원들 중에서 해당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사람을 리더로 진행하며, 모든 직원이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면 회사의 재무상황부터 경영진에게 보고되는 거의 모든 내용을 공유해 주고, 팀 리더가 정말 필요한 리소스를 이용해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이끌 수 있게 만들어준다. (더 자세한 내용은 '토스, 심플리시티 21'에서 볼 수 있다.)


인원이 적은 회사일수록 더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작은 회사여도 급변하는 시장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영진과 직원들 간,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침 튀기며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3. 회사에 애정이 없는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회사에 대표 같은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직원들로만 100% 구성되어 있다면 그 회사는 얼마나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렇게 된다면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의 연봉은 대표만큼 똑같이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급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인'에서 진행한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나의 임금에 '불만족한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은 688만여 개로 99.9%를 차지한다고 한다 (헉..) 그중, 중소기업 종사자는 81.3% 라고 한다. 그만큼 중소기업은 많지만, 직원들에게 제대로 대우해주는 중소기업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하고, 중소기업은 매번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이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중견·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취준생들이 대안으로 찾는 곳이 중소기업인데, 취업해서 급여는 적고 일은 이것저것 다 시키고, 성과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일들을 하다 보니 현타가 오고, 그러다가 슬슬 부업거리로 눈을 돌리고 만다. 회사일은 업무시간만큼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부업을 이용한 소득 등을 이용해 부가적인 소득을 올리고자 한다. 전에 게시글에도 얘기했지만, 실제로 크몽 디자이너들을 보면 현직 '디자인팀 팀장', '대기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의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왜 그들은 자기 회사를 위해 노력을 100% 쓰지 않고 부업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할까? 그 이유는 애사심과 보상 가능성, 눈에 보이는 성취 결과에 있다고 생각한다.(이 내용은 순전히 디자이너 분야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회사에 대한 애정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나는 취업을 준비할 때에 '사람인, 잡코리아' 등 채용공고를 통해서 뽑는 회사와 인스타그램 공고를 통해 직원을 뽑는 디자인 회사를 둘 다 경험한 적이 있다. 채용플랫폼을 통한 회사의 채용공고는 실제로 20대부터 50대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소위 무작위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우리 회사에 관심도 없고,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그냥 업무 내용과 위치, 급여 등을 보고 지원하는 경우였다. 설사 포트폴리오가 괜찮아서 면접 일정을 잡게 되면 그제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겉핥기식으로 우리 회사에 대해 알아본 뒤, 면접장에서 회사 측이 회사의 사업영역이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주고 면접을 시작하곤 했다. 당연히 회사 분위기도 좋을 리 없다. 그냥 여느 회사와 다름없는 조용한 사무실. 삭막하게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만이 들리다, 몇몇은 1년을 채우고 퇴사를 하는, 평범한 '회사'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SNS를 통해서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보통 전문 에이전시나, 팬덤 마케팅을 활용하는 급성장 브랜드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에서는 당연히 SNS로 채용공고를 올린다는 것은 난센스고, 대기업은 주로 전용 채용 페이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채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의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강력한 무기로 내세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노션 등을 이용해서 회사를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직군을 채용한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 직원은 회사의 직원임과 동시에 해당 브랜드를 소비하는 유저의 입장도 대변할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성장을 위해 소비자로서 의견을 더 심도 있게 공유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회사가 더 성장하는 구조가 된다. 나도 채용시장에서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던 때, 팔로우하고 있는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SNS로 채용공고를 올렸을 때 정말 열과 성을 다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제출한 적이 있다. 그 회사에 합격해서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회사 생활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품고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대단히 만족스럽지만, 나름대로 그 회사에 합격해서 다녔더라도 나는 아주 행복하고 건설적인 회사생활을 했으리라 다짐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는 '돈벌이 수단'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은 성과도 크게 좋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회사 내의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의견에 대해 그건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된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에 루틴처럼 해오던 업무들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엔 '업무를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창조적이고 다양한 사고를 다방면으로 '발산시키고, 다시 수렴하는 과정' 자체를 귀찮아하는 문제이다. 왜냐면 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을 귀찮게 벌이는 것보다 다양한 방식의 '거절'을 통해 자신의 업무량을 줄이고 최소한의 일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가 이미 뿌리내려 고착화된 집단에서는 아마 '스티브잡스'가 와도 혁신을 일으키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회사에 애정이 있는 구성원'이다.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소통'만큼이나 '사랑'이라는 덕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이는 회사건 사람이건 어디에나 해당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유독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두드러지게 나온다. 아무래도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가 끊임없는 피드백과 수정의 절차를 밟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서로가 사랑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게 아닐까.



만약 위 세 가지를 모두 긍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회사라면, 그 회사의 성장성은 유니콘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패'는 성공을 위한 씨앗이 될 수 있으며,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요소를 제공하리라 믿는다. 만약 위 세 가지 중 부정적인 요소가 있는 회사의 오너라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소기업으로써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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