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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Feb 08. 2023

'하라켄야'의 샤오미 로고 리디자인을 보고

샤오미 로고 리뉴얼로 느껴보는 '하라켄야'의 디자인 철학

2021년 4월, 샤오미가 브랜드 리뉴얼 소식을 알렸다. 바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라 켄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회사 로고와 브랜딩 가이드를 발표한 것이다. 2017년부터 진행해 약 3년 이상의 프로젝트 결과물로써, 총투자비는 약 200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3억 7천여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샤오미의 새로운 브랜드 로고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보자.



(좌) 변경 이전의 샤오미 로고 / (우) 변경된 새 샤오미 로고

그러나 그 결과는 소비자들에게 영 좋지 못한 이슈로 남았다.

- 미친 디자인, 2천 위안만 주면 당장 만들어 줄 수 있다.
- 사장이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이 정도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로 3억 원의 지출이라면,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다.'라는 조롱도 이어졌다. 레이 CEO도 대중들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발표 현장에서 "원래 로고를 둥글게만 바꿔서 실망하셨나요?"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다면, 정말 샤오미의 리뉴얼은 실패한 프로젝트일까?


다음은 하라 켄야가 직접 설명한 샤오미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발표이다.

하라켄야가 말하는 샤오미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 Xiaomi youtube
하라켄야가 말하는 Designed With Life (출처 : Xiaomi)


다음은 하라켄야가 위 영상에서 말한 내용이다.(부족한 영어실력으로, 다소 오역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그것이 우리 삶에 더 촘촘한 구조로 엮여있다고 믿는다. 인간과 기술의 연결은 끊임없이 수렴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에게 "Alive"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디자인 철학은 회사의 철학과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로고는 단순한 모양의 재설계가 아니라 샤오미의 내면 정신을 캡슐화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Xiaomi youtube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매우 다재다능한 "Alive" 개념의 반영이다. 샤오미의 새로운 로고 마크는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원과 사각형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학 방정식을 마주쳤다. n의 변수를 이 방정식에 넣음으로써 원과 사각형 사이에서 화려한 모양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방정식을 새로운 샤오미 로고마크에 적용하여 수학의 마법에 매료되었고, 마침내 n=3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Xiaomi youtube

우리는 이것이 정사각형과 원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이것이 "Alive"의 핵심적인 측면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믿는다. 또한, 타이포그래피의 곡선에 대한 실험을 통해 로고마크 아우트라인과 동기화된 완벽한 글꼴에 도달했다. 제가 여기서 소개하는 로고마크는 최종 형태입니다.(중략)


이미지 출처 : Xiaomi youtube


하라 켄야의 'Alive를 표현하는 내적 영혼'이 로고와 영상에서 잘 느껴지는가? 일반인이라면 약간 아리송한(?) 설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하라 켄야가 샤오미의 철학을 어떻게 로고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보자. 여기서부터는 나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하라켄야는 로고를 리디자인 할 때, 로고에 샤오미의 '내적 영혼'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샤오미의 로고에 'Alive'라는 스피릿을 어떤 방식으로 담았다는 이야기일까?



1. 인공물 사이에서 자연(Alive)을 찾겠다는 과감한 도전

완전한 원과 사각형은 전형적인 인공물을 나타내는 조형언어이다. 자연이 흉내 낼 수 없는 지극히 인공적인 산물이다. 실제로 완벽한 원은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개체일 뿐이고, 완전한 사각형 또한 절대 자연이 만들어낼 수 없다.


'Alive(살아있는)'라는 것은 단어 그 자체로 이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하라 켄야가 '원과 사각형을 통해 'Alive'라는 정신을 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라고 느껴진다.



2. 수학 방정식을 이용한 이유

인간과 자연 사이를 엮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학이다. 우주의 움직임을 포함한 다양한 세상의 이치와 진리가 인간의 수학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하라 켄야가 얘기하는 수학 공식은 본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n차 방정식을 이용한 곡선을 표현하는 수식에 매료된 것이라고 영상에도 나오고 있다.


이 두 가지 내용을 합쳐보면, 그들은 절대 자연적이지 못한 '인공물'을 이용하여, 유일하게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매개체살아 숨 쉬는 느낌을 담고 있는 자연물을 형상화한 로고를 디자인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브랜드 디자이너로써 올바른 생각이 아닐까 감히 이야기해 본다.


사실 위 방정식에서 n의 수가 3에서 무한대로 올라간다 하더라도, 사각형의 형태에 가까워질 뿐 절대 완벽한 사각형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n의 숫자는 사실상 어떤 숫자가 와도 무의미하다. 그저 인공물이 낳은 자연의 산물이라는 의미를 두면 되고, 디자이너들은 그저 시각적으로 가장 자연적인 형태를 선택한 결과로 n=3이 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감히 그릴 수 없는 곡선의 형태를 이용하여 로고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모서리 둥글리기와 같은 방식 아닌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그마의 모서리를 둥글리는 포뮬러와, 하라 켄야가 사용한 공식은 엄연히 다르다.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실제로 검색해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어포던스(Affordance) - 사람들의 반응은?

어포던스란, 어떤 행동 또는 생각을 유도하는 뜻으로 한국어로 '행동유도성'이라고도 한다. "겨우 이게 리뉴얼된 로고야?", "그냥 둥글둥글, 미니멀한~ 부드러운 형태로 디자인했네~."라고 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았지만, "자연스러운 형태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라던가, "디자인이 너무 인위적이야."라는 의견은 아마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디자인을 보는 99.9%의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는 뜻이고, 하라켄야의 3년간의 여정이 오히려 성공적이었다는 반증으로 보아도 손색없을 반응이었다.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중·후반부에 나오는 샤오미의 브랜드 콘셉트 비디오에서 '기술이 발전될수록 그것은 생명체의 형태와 가까워질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행기/자동차 디자인에서도 5 차수(degree)가 넘어가는 곡률은 자연물의 곡선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한다.



내가 본 하라켄야의 3년 간의 여정은 이렇다.

인공물을 이용해 자연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매개체는 수학이다.
왜냐하면, 수학은 자연(Nature)과 인공(Artificial)이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


나는 리뉴얼된 로고에서 기존 사각형, 원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하라 켄야가 담아내고자 한 'alive'라는 내적 영혼이 아닐까 생각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역시나 맞을 수 있겠지만, 나의 부족한 지식으로 3년 간 샤오미를 위해 노력해 온 켄야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라켄야가 3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 철학을 풀어내었을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조금 더 깊게 결과물에 대해 디깅 한다면 막연한 비판과 조롱보다는 브랜드 디자이너로써 조금 더 심도 있는 평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3년을 쏟아부어 만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10초짜리라 하더라도, '3년 10초'가 걸린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노력과 열정 위에 숟가락을 함부로 얹는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는 요즘, 많은 생각이 드는 하라켄야의 프로젝트였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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