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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Aug 01. 2022

브랜드 디자인이 어떤 일인가요?

“로고 만들고, 가이드라인 만들면 끝 아니야?”

아직 우리나라는 브랜드 디자이너 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은 시각디자이너/그래픽디자이너 또는 패키지디자이너, 제품디자이너 등 분야를 규정하는 직무들이 많은 편인데 ‘브랜드’라는 단어가 주는 규모는 이 모든것을 포함하고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하는 직업


나는 브랜드를 육아에 빗대어 표현하는 편이다. 클라이언트의 이해관계자에게 브랜드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때에도 브랜드를 어린 아이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그만큼 브랜드를 키운다는 것은 세심한 관심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내 아이가 잘 성장했을 때 성취감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브랜드가 자랐을 때의 속상함도 훨씬 크다.


스타트업이나, 내가 직접 리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브랜드는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떤 브랜드로 키워내야 할 지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정하고, 브랜드의 얼굴과 이목구비, 성격까지 규정하여 하나의 온전한 브랜드로 탄생시키는 과정은 아이의 출산 과정만큼이나 설레고 가슴두근거리는 일이다.


그러나 누가 육아가 쉽다고 했던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와 사건들은 하루에도 십 수번 씩 발생한다. 제품 생산에서의 잇슈부터 클레임 건, CS응대 매뉴얼 부족 등, 어느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일이 없을 정도이다. 이렇듯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작업은 아이를 낳고 말도 안통하는 아이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반면에 기존에 어느정도 성장한 브랜드가 있는 회사의 브랜드를 담당하는 경우 앞서 말했던 창조의 과정에서 나오는 고통은 없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도 비슷한 만큼의 고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정도 큰 브랜드는 이제 점점 사람들과 소통하고 브랜드가 가진 성격과 가치관을 공유하려고 한다. 다만 실제 아이와 다른 점은, 브랜드가 원하는 사람하고만 소통하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이건 아무리 마케팅에서 타겟팅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의 브랜드와 결이 맞지않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성격을 바꿔야 하나..?’ 라는 의문이 늘어나게 될때 즈음, 기존의 브랜드를 담당하던 디자이너는 이직을 위해 회사를 떠나게 되고, 마침 들어온 새 디자이너는 우리 브랜드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전혀 다른 성격으로 바꿔버리곤 한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된 뒤 브랜드를 바라보게 될 때, 우리의 브랜드는 남들 요구사항에 다 맞춰주기 바쁜 특징도 없고 줏대도 없어보이는 보잘것 없는 브랜드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로는, 기존에 성장한 브랜드의 경우 회사의 대표가 성장시킨 뒤에 디자이너를 뽑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적으로 브랜드의 방향이나 가치관 형성에 대표가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 브랜드 디자이너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대표를 만나게 된다면 해당 브랜드는 건강하게 자라지 않을 확률이 높다.


회사의 브랜드 소유권은 대표에게 있지만 브랜드 디자이너는 일종의 ‘보육교사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보육교사가 부모(대표)에게 아이(브랜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아이로 성장할  있게 도와주는 과정을 겪게 되면 브랜드는 바른 성장을   있게된다. 대표가 디자이너인 경우가 보통 이런 경우인데, 반대의 경우도 있다.


대표가 브랜드에 대해 디자이너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심한 경우 디자이너를 일개 월급쟁이로 치부해버리면서 본인의 방향대로 강요하는 대표도 더러 있는데,  경우에는 브랜드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소비자로써 시장에서 이런 브랜드를 겪어보지 못한 이유는 아마 시장에 유명해지기도 전에 좌초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서 얘기한 것 처럼, 브랜드 디자이너는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요소에 관여하여 직접 제작하거나, 브랜드의 행동을 규정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조절해 주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어도비, 피그마, 라이노 등의 Tool들은 표현의 수단으로 이용될 뿐, 브랜드 디자이너는 나무가 아닌 더 큰 숲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려면 사회 전반에 걸친 올바른 교양과 상식, 양질의 지식을 갖추고 예의와 매너까지 갖추어야 진정한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브랜드 디자이너도 우리 회사의 브랜드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로써 올바른 태도와 직업관, 가치관등을 재정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작은 브랜드가 누군가에겐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고, 누군가에겐 퍽퍽한 삶 속에서 작은 재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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