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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Sep 02. 2024

"그래서 잘못되면, 당신이 다 책임질 거야?"

임원진과 디자이너 간 대립을 최소화하는 방법

혹시,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임원진의 말 한마디에 브랜드의 방향성이 바뀐 적이 있지 않는가?

임원급들은 브랜드 말고도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라, 당신의 시시콜콜한 보고 내용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하지만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반드시 상기하고 있어야 할 사항이 있다.


"브랜드는 디자이너들의 체계적인 리서치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정제 과정'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를 '보육 교사'에 비유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회사의 대표는 브랜드의 '부모'라고 비유한다면, 생각보다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부모'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말은 곧, 나는 회사의 브랜드에 대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행사할 '소유권'이 없다는 뜻과도 같다.(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정을 쏟아붓는다 할지라도,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그 아이는 결코 올바른 아이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보육교사가 아이에게 열정을 쏟아붓지 않고, 돈 받는 만큼만 교육하고, 이 아이를 관심과 사랑이 아닌 그저 경제적 활동의 산물로만 본다면 그 역시 아이는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교사 모두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야 비로소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성장에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올 있다는 것이다. 


이를 브랜드와 디자이너, 그리고 회사로 치환하여 접목시킨다면 디자이너와 오너 모두 브랜드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동반되어야 브랜드가 올바른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쪽의 소리가 너무 크거나, 한쪽에서 아예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신생 브랜드는 금방 가라앉고 말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내가 열심히 조사한 리서치 결과와 결과물에 대해, 임원진의 짧은 고민으로 모든 게 뒤집혀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임원진의 고심한 요청사항들이 단순히 돈 벌기 위한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처참한 결과물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외주 플랫폼보다 정규직 디자이너를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후자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브랜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이너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고, 임원진은 '주인 의식'을 버려야 한다.

사실 뻔한 말이지만, 원래 쉽고 당연한 말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법.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월급 주는 오너에게 공격적으로 반론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8할 이상일 것이다. 혹여 반론을 펼치더라도 '그래서, 안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라는 임원진의 필살기 한 방에 나가떨어지곤 한다. 


야망을 품고, 세상에 디자이너로써 한 획을 긋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 디자이너는 결국 수동적인 '직장인 1'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 이후로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보고하고, 또 보고하고.. 결국 임원진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그대로 따라 하는 앵무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브랜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임원진은 주인 의식(다른 의미로, 권위)을 내려놓고 디자이너들의 의견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디자이너는 본인의 논리와 주관을 날카롭게 벼려내어 임원을 프로페셔널하게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날카로운 논리와 디자인에 대한 소신은 결국 회사의 브랜드에 대한 강한 오너십으로부터 발현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너 또는 임원진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디자이너가 왜 내 의견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안되면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말 대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내가 책임질 테니 한 번 멋지게 해내보라고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그 이후부터, 디자이너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자발적으로 플랜 B, 플랜 C를 고민해 보게 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자발적인 몰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을 하기 싫어서 안 되는 쪽으로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 곰곰이 관찰한 후에 생각해 보길.)


그리고, 만약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소신과 주관을 확실하게 갖고 상대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어.. 이건.. 그냥.. 레퍼런스를 보고..'라는 식의 태도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 의견이 나름의 논리적인 회로구성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이 논리적이고, 이유가 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에 그런 디자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동차 디자인만 보더라도 우리는 매번 작은 디테일한 디자인을 보고 '필요해서 들어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과 같다. 디자이너는 이유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감을 위해서 일부 요소를 적절하게 추가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객관적·논리적인 요소 구성과, 거기에 더해 본인의 디자인 감도를 최대한으로 살린 미적 요소를 추가하는 주관적 요소 간의 적절한 배합으로 결과물을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한 결과물이 '너무 단순하고, 심플하다. 이 시간 동안 이것밖에 못했나?'라는 피드백이 있을 때, 우리는 그전에 연구하고 접목시켜 보았던 모든 디자인 구성요소들을 다 넣은 디자인과 함께 필수불가결한 요소들만 남기고 모두 지웠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심플하게 끝내놓고 탱자탱자 놀고 있었다면 욕먹어도 할 말 없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 브랜드가 많은 요소를 넣었을 때와, 여백의 미를 강조한 심플한 스타일 중 어떤 것이 브랜드 메시지와 이미지에 가까운지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할 줄 알아야 한다. '전 개인적으로 심플한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또는 '아, 저는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못해서...'라는 답변은 의견보다는 핑계와 변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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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주변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브랜드가 생겨나고, 누군가는 폐업신고서에 도장을 찍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알지 못할 뿐이다.


직원은 이 회사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회사의 오너는 직원들의 직무 역량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기꺼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 그 스타트업은 얼마 가지 않아 로켓 같은 추진력을 얻고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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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한 반대 의견은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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