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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Oct 04. 2023

돈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아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미국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빈곤'상태는 사람의 아이큐를 약 13포인트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보였다. 이는 빈곤으로 인한 불안과 압박감은 정신에너지의 소모를 유발하여 잘못된 결정이나 실수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경제적 빈곤과 비슷한 맥락으로, 정신적인 빈곤 또한 우리의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며, 더 나은 선택을 못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앞으로 우리가 더욱더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계속 가난하게 살아갈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부의 축적보다 생존이 더 우선시되는 의사결정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10만 원을 저축하는 사람과, 10만 원이 없으면 내일을 살 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물질은 그만큼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신기하게도, 브랜드를 만들고 경영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일어나곤 한다. 프로젝트를 예산에 맞추어 빠듯하게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필요한 것을 염가의 예산으로 구성한다던지,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서 결국엔 이도저도 모양새가 나지 않는 결과물로 나와버린다던지 하는 경우이다.



#마이크로 브랜드가 갖는 딜레마

제품을 개발하는 브랜드사의 경우 초기 브랜딩을 구축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의 SKU(제품의 가짓수)를 보유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소비자와 컨택했을 때, 나름 규모 있어 보이고 뒤처지지 않는 '있어빌리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산 편성을 할 때에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SKU를 구성하여 브랜드 초기 구축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SKU가 많아짐에 따라 동반하게 되는 리스크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마케팅 비용의 분산이다. 없는 형편에 있어 보이게 하려고 이것저것 만들어놓았는데, 막상 마케팅 활동을 펼치려고 보니 비용이 장난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적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판매량도 당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백종원 선생님께서 말하는 "메뉴를 줄이세요!"라는 진리가 브랜드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백종원 대표가 필요하다고 하는 메뉴를 줄이는 용기 (출처: SBS 골목식당)

참 아이러니한 부분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 싶어서 SKU를 많이 구성하였으나, 마케팅 비용이 SKU 만큼 곱절이 되면서 오히려 제품판매율이 더 저조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만약에 하나의 제품만 꾸준히 밀고 가면 성공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이지만, 적어도 회사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불안과 두려움이 낳는 그릇된 선택'이 작용하게 된다. 대부분의 결정권자들은 SKU를 늘리고 싶으니 제품 생산비용을 상대적으로 더 줄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어버린다.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면 제품경쟁력에서 밀리고, 그렇게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사라지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음식점도 장사가 안 돼서 빈곤에 시달리게 되면 신선한 재료보단 저렴한 수입·냉동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방문하는 손님들의 지속적인 혹평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처럼.


#그만 돌리세요, '행복회로'.

내가 3년 동안 에스테틱 화장품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내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제품이 정말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인지, 디자인은 훌륭한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이 될 수 있는지 등 모든 면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항상 필요하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무조건 판매가 진행되면 초도 생산물량은 순식간에 팔려나가서 바로 2차 생산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우리 제품 중 몇 개는 유통기한 임박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ㅠㅠ)


국내 1%의 대기업이 만드는 다양한 브랜드들은 출시와 함께 이미 중국 바이어들에게 수십 수백만 개의 제품이 팔려나갈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2차·3차 생산 등이 빠르게 진행되어 제품 공급 순환이 매우 빠르다. 하지만 국내의 중소화장품 브랜드들은 광고와 영업을 통해서 판매를 이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과 매출이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러다 보니, 제품 SKU가 많아지면 판매율이 저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무조건 사람들에게 알려지리라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 엄마도 나한테 "우리 아들은 정말 잘났으니, 여기저기서 결혼하자고 난리일 거야!"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모든 제품에는 마케팅을 비롯한 광고행위가 필요하고, 그 이후에 소비자들의 평가에 의해 성공 또는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잊힐 뿐이다. 그리고 그 광고는 집중할수록 더욱 큰 효과를 갖고 온다. 우리는 이걸 전문용어로 '브랜드 메타인지'라고 부른다. 우리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브랜드 운영을 하면서 브랜드의 탄생과 지속성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매 순간마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라면 다양한 인원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패가 적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겠지만, 작은 기업이라면 항상 오너의 결정에 의해 흥망성쇠가 결정되곤 할 것이다. 로켓처럼 날아오르는 기업에는 언제나 다양한 인원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오너의 태도가 주춧돌이 되어있었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실무자의 눈높이에서 회사를 사랑하는 팀원들이 이끌어나가는 프로페셔널한 커리어 마인드였다.


이 글을 오늘도 수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 대표님들께 바치며.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한 반대 의견은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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