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한다면,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을 수 있다.
배경사진 출처 :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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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매혹적인 레이싱의 매력, 신화가 되어버린 누군가의 삶.
1966년도 포드가 르망24시를 제패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전 르망24 레이싱 우승자이자 자동차 디자이너인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독선적이지만 뛰어난 레이싱 실력과 자동차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가 등장한다. 엔초 페라리의 도발로 포드가 레이싱 전쟁에 뛰어드는 것과 비비라는 외압에 대항하는 켄 마일스와 셸비의 모습이라는 두 가지 대립구도가 영화의 전, 후반부를 이끈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볼 때 중간에 일시정지 없이 끝까지 보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2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레이싱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한 연출과 음향은 화룡점정이다. 낮과 밤, 해와 비가 바뀌는 날씨로 레이싱을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 초입의 어두운 빗길에서 7000RPM을 넘어 고독의 시간을 견디는 장면은 레이싱과 르망24에 대해서 명확하게 보여주며 몰입을 도와준다. 만약 돌비로 재개봉을 한다면 보러 갈 의향이 충분하다.
영화의 내용 중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포드 사의 결정으로 켄 마일스가 속도를 늦추며 동시에 들어오도록 인위적인 ‘조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당시 사람들은 잘 받아들였을까?”였다. 레이싱이라는 스포츠에서 뉴 레코드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록이 세워질지도 모르며 한 해 3관왕을 달성했다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던 상황에서 이 조정은 일종의 승부조작으로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레이싱 팬들이 당시 그 상황을 무리없이 받아들이고 포드 사의 차량에 대해 찬탄할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포드의 이미지가 되려 안좋게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이 내용을 ‘북이영화’에서 나누며 다소 납득할만한 근거를 얻었다. 르망24는 차량의 내구도를 겨루는 레이싱이기도 했으며, 포드 세 대가 나란히 들어오는 사진은 글보다 명확하게 사람들의 인지를 파고들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기록이라는 숫자의 가치도 결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레이싱이라는 스포츠와 르망24라는 대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숫자의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극 중에서 켄 마일스는 아들 피터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한다면,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도 켄 마일스와 같은 열의와 열정을 가지고 어떤 일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는 확고한 자신의 길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개선할 점을 이야기하던 그는 2개월 뒤 그가 사랑하는 일을 하다 사고로 죽는다.
비탄에 빠뜨리는 연출 기법 중 영웅이 일상의 사소한 사고, 예를 들면 장을 봐 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죽는다는 등의 방법이 있다. 켄 마일스의 죽음은 여기에 실화라는 힘까지 담아 관객을 울린다. 영화는 그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여유롭고 화창한 날, 멀리서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과 폭발하는 화염, 달려가는 사람들, 떨리는 피터의 동공 그 뒤로 몇 개월이 흐르고 셸비는 켄 마일스가 자신에게 던졌던 랜치를 피터에게 건네준다. 시끄럽지 않게 연출되어 더욱 안타깝고, 켄 마일스는 신화적 존재가 된다.
영화 초입, 셸비의 레이싱 장면에는 7000RPM 고지에 대한 나레이션이 나온다. 영화 전반부, 켄 마일스는 테스트 주행 중 불이 붙지만 방화복을 입고 빠져나온다. 영화의 마지막, 켄 마일스는 7000RPM의 고지에서 차량이 폭발하며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레이싱의 죽도록 매혹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후 66년도의 르망24 대회와 켄 마일스라는 사람을 찾아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존했던 인물이다. 극화를 위해 각색할 경우 인물이 왜곡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누군가가 미화되거나 비난받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한다. 아래는 각색된 부분들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이다.
엔초 페라리는 르망24 경기장에 없었다.
셸비와 켄 마일스는 나란히 들어오는 것에 큰 반발없이 동의했다.
헨리 포드 2세는 뛰어난 경영자였다.
켄 마일스는 그 전부터 레이싱 프로였다.
켄 마일스도 르망65에 출전했다가 기어 박스 고장으로 리타이어했다.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