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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보고 읽었습니다.

3권의 책과 2편의 영화

by 이썬

목차

1.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2. 일의 감각

3.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영화

1.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2. 스타 이즈 본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란 행복의 부재에 취해 제 멋대로 날뛰는 마음을 말한다. 이 코끼리가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는 바람에 아무리 깨끗이 정돈해도 금방 어지러지고 만다. 이 마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력이 꽤나 특이하다. 영국계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다 불교에 눈을 뜨고 태국의 아잔 차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저술한 책이다. 어쩐지 내게는 낯선 서양식 유머가 책 곳곳에 묻어 있더라.


세속으로부터 초탈해야하는 구도자의 가르침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읽을 때는 쉽지만 읽고 나서 자꾸 생각나는 문장들이 있달까. 욕망과 비교, 좌절과 좌초에 마음이 고달플 때 되뇌어 볼 문장들을 얻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 오랫동안 나와 함께 지내온 나 자신이여,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든 상관없이 내 마음의 문은 나에게도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일의 감각 - 조수용

도서관에 전시된 책을 집었다가 내리 읽었다. 처음 예상했던 일에 대한 내용보다는 브랜딩의 감각에 대한 내용이 많았는데 디자이너이신 저자분의 관점에서의 일이라 그렇겠구나 싶었다.


힙하다, 트렌디하다, 감각적이다, 같은 말들이 따라 붙는 곳에서 그게 왜? 그런지 같이 느끼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브랜딩과 디자인의 영역이란 불가해한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단편을 보았다.


감각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내 취향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쌓아 올려 만들어낸 탑이다. 중요한 것을 강조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과감히 생략하는 과정들의 반복과 진심을 전달하는 안정감, 브랜드의 존립을 만들어주는 철학의 필요성까지. 막연했던 세상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망원경과 그리로 건너갈 수 있는 교두보가 만들어진 느낌이다.


물론 자신의 일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일에 대한 태도와 일의 주인이 되라는 오너십에 대한 정의도 좋았다.


‘오너십을 가지라’는 말은 마음만 그렇게 먹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내가 맡은 일의 주인이 되라는 말입니다. 그러려면 첫 삽을 뜨고, 마지막 흙을 덮는 일까지 직접 살피려 노력해야 합니다.


세상의 많은 브랜드는 누군가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또 그게 바로 일의 본질입니다.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 에픽테토스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엮은 책이다. 누군가의 해설이 첨부되지 않고(번역 과정에서 들어가지긴 했겠지만) 가르침에 대한 내용만 짧게 엮어 매우 얇다.


근원 철학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내 통제 범위 아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책을 읽으며 내가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음에 새삼 나도 변했구나 싶었다. 나는 세상과 연결을 끊어낼 수 없으니까.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PTA의 영화 중 정말 대중적인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일상과 자유가 어떤 토대 위에 서있는지, 극단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그 사이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극단이 어떻게 사회를 조각내는지를 그려내는데 그렇기 때문에 블랙 코미디 장르다. 현실이 그러하니까.


영화 마지막에는 어찌 저런 장소를 찾았는지 신기했는데, 감독도 신이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했다더라.



스타 이즈 본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다. 예전에 OST를 참 들었음에도 왜 영화를 이제 봤을까, 싶다가도 이제 보았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것들이 많았다. 잭슨과 앨리의 감정선, 노래 가사에 묻어있던 그들의 사랑 이야기, 마음에 솔직해지고 행복을 찾는 것, 차고 앞에 엎드려 기다리는 강아지, 떨어진 선풍기, 영제에서 관사 A가 붙어있는 이유 등


영화를 보고 꽤 오래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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