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귀여운코끼리 May 28. 2021

오늘도 넌 내게 위로를 건넨다(두 아들맘의 육아생활)

#05 투명인간이라서 괜찮아요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이 서너 개인 둘째는 사고 칠 때는 사고 쟁이, 떼 부릴 때는 떼쟁이, 음식 앞에서는 먹보로 불린다.



이런 둘째는 걷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하루도 사고를 안치는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난감을 부수거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은 사고축에도 못 든다. 티브이를 쓰러트려 액정을 깨 먹기도, 펜션에서 방충망을 다 찢어 놓기도, 엄마 화장품을 다 망가뜨리기도, 변기 물을 마시기도, 쓰레기통을 다 뒤지도 했다.


여섯 살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두 달 전쯤에는 유튜브 속에서 유튜버가 레고로 장난감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따라서 구슬을 먹어서 응급실에 가기도 했 며칠 전에는 청바지를 가위로 오려놓았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늘 대답은 한결같다.


 "모르고 그랬어요.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둘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새로운 거 할 때는 엄마한테 물어보고 하세요.""위험하거나 다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아요."이다. 어제도 작은 책상을 뒤집어서 자동차처럼 타다가 다리를 부러뜨고 오늘은 신호등에서 아무렇지 않게 빨간 불에 킥보드를 타고 달리려고 하다가 엄마 간을 쫄아들게 했다.


게다가 둘째의 호기심 어린 손은 빛보다 빠르다. 궁금한 게 있음 참지 못하고 만져본다. 택배만 보면 뜯는 것은 기본, 선물로 산 박스를 죄다 뜯놓아서 다시 사기도 여러 번, 치워놔도 눈썰미 좋은 둘째는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발견한다. 마트 가서도 궁금한 과일에는 구멍을 뽕. 주의를 줘도 그때뿐, 어느새 다시 리셋되는 둘째 앞에 점점 성격 파탄자가 돼가는 나! 아이들이 다 그렇지 않겠냐고 말한다면 사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으로는 6살 정도면 대부분 충동 조절을 한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엄마의 고충을 이해할 것이다. 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다니게 된다.  내가 평 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보다 둘째를 기르는 5년 동안 한 사과가 몇 배로 많을 것이다. 그래서 늘 놀이터나 이들 많은 장소에서 난 옵저버처럼 둘째를 쫓아다닌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둘째는 늘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사랑스러운 애교로 천국의 맛을 보여주다가도 불시 간에 지옥의 불구덩을 보여주는 둘째,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적도와 남극을 왔다 갔다 한다. 둘째를 키우면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인내가 어디까지인지 깨닫게 됐다. 나에게 첫째 육아와 둘째 육아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첫째에게는 혼내기는커녕 큰소리치는 일도 드물었다. 하지만 둘째를 마주하고는 가끔씩은? 이성을 잃었다.


유난히 피곤한 어느 날이었다. 그런 엄마 맘을 알리 없는 둘째는 종일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바쁜 아침부터 장난감을 가져간다고 떼를 쓰고, 놀이터의 민들레를 죄다 뽑아놓고, 색연필을 부러뜨렸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몸도 마음도 지친 내가 미리 말을 해뒀다.


 "애들아, 엄마 오늘 피곤해서 에너지가 다 떨어졌으니까 이제 엄마 말 좀 잘 듣자."


이렇게 말을 하면 눈치 빠른 첫째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엄마를 쉬게 해 준다. 하지만 둘째는  호기심 천국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수기에 물을 먹는가 했더니 물을 받아서 자꾸 정수기 받침대에 쏟는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식기 세척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코로나로 이웃 간에 소음 문제로 예민해진 요즘,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저녁마다 밤늦게까지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온다. 가뜩이나 남자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웃에게 피해를 안 끼치려 매트도 시공해놓고 세탁기나 식기 세척기를 신경 써서 일찍 돌리려는 나는 그만 화가 치밀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만 둘째 머리에 꿀밤을 콕 박아주고 말았다. 마의 짜증이 섞인 알밤을 제대로 머리에 맞은 째는 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난 곧 후회를 하고 반성을 했다. 아이의 맘이  다치기 전에 바로 사과를 했다.

"둘째야 너무 미안해. 엄마가 너를 때려서는 안 되는데 너무 화가 나서 너에게 잘못을 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사람이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데 엄마가 너희한테 그렇게 이야기하고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내 말을 듣고 울음을 멈춘 둘째가 곧 눈물을 훔치며 나를 본다. 엄마의 얼굴에 어린 미안함과 죄책감을 읽었는지 금세 얼굴을 환하게 바꾼다. 그리고 되려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엄마 나는 투명인간이라서 맞아도 안 아파요. 그러니까 속상해하지 마세요."


조금 더 노력하고 올바르게 사랑하는 엄마가 될게. 너를 다시는 투명인간으로 만들지 않을게. 정말 미해......


작가의 이전글 전업주부로 살아남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