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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Dec 05. 2023

타들어간 창작의 그늘

[영화] 어파이어 by. 크리스티안 페촐트

어파이어 (2023)

예술가에게 창작은 불꽃을 일으켜 거대한 불로 감정을 타오르게 만든다. 조그마한 불씨 하나가 터져버린 순간 불꽃은 가슴 전체를 타고 들어 자신을 집어삼킨다. 뜨겁게 불타는 자신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겪어나간 창작자는 자신의 결과를 완성시킨다. 다만 결과물이 숯처럼 온전한 자기 형태를 유지할지 아니면 재처럼 그을린 가루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창작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순간 예술은 누구도 알 수 없게 된다. 단지 자신을 믿고, 예술에 의존해야 한다. 그것이 창작자가 겪어야만 하는 운명이라고 본다. 

  

영화 어피아이어는 바로 예술가라는 존재에게 ‘불’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시각화시킨 영화이다. 주인공 레온은 창작하는 자기만의 강박관념과 불타버릴 듯한 예술적 소망을 가진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 친구 펠릭스와 조용한 시골집으로 들어온다. 예술이라는 절대적인 이유를 가지고 왔지만 쉽지 않다. 모든 일은 작가인 자신이 짊어질 예술의 무게를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의 요소가 너무 많다. 펠릭스의 자유로움, 나디아와의 만남, 산불 등의 요소로 자신을 괴롭힌다고 믿는다. 그래서 예술을 해야 하는 자신의 뚜렷한 의지와는 달리 실천할 실행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끊임없는 예술의 현상을 반복적으로 짚어간다. 동시에 예술이라는 의미를 무엇으로 받아들일지를 판단하는 기준점을 잡아낸다. 아름다운 미학적 태도를 담을 것인가. 불타오를 듯한 순간의 절정에 몰두할 것인가. 타오르는 순간의 빨려갈 듯한 의미를 중시할 것인가. 무언가에 대한 정확한 의지도 방향도 없는 예술이라는 지점을 감독을 집중한다. 다만 여전히 영화를 보고 나서도 느끼는 것이 있다. 예술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불타오르는 것만을 예술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예술이라는 것은 불안정하지만 완벽한 형태를 갖춘 무언가를 품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예술에 대한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없기에 잠시 물건에 비유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숯’을 사용한다. 그리고 ‘숯’은 인간의 건강기능을 위한 요소뿐만 아니라 여러 기능적인 요소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숲의 모양인 잿더미이다. 우리 눈에는 까맣게 타올라버린 검은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불씨가 남아있고, 회색의 잿가루가 살짝 묻어난다. 그러나 숯은 인간에게 필요한 재료로 쓰인다. 잿더미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가치 있는 형태이다. 

  

이러한 존재처럼 예술도 타오르는 것을 통해 완성된 어떠한 존재성을 가진 하나의 의미를 품은 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이 까맣게 타버린 것일지라도 예술을 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의미는 무한으로 변형된다. 그것이 완벽한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감정을 이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불타오른 창작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면 예술의 가치는 이루어졌다. 그렇게 영화 ‘어파이어’는 예술이라는 고뇌와 고충 그리고 의미를 불꽃으로 소생시켜 낸 감독의 산물이 되었다.

  

동시에 나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는 주인공 레온이 창작하는 영화이지만 동시에 감독이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온 창작의 순간들을 일기처럼 썼던 흔적이 보였다. 재처럼 그을린 감정과 표현, 영상에서 담아야 하는 감독의 심리적 고충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과연 나는 펫촐트 감독처럼 불타오르는 순간을 맞서 타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용기를 떠올린다. 매번 타들어가야 하는 심정으로 자신을 태우고 난 뒤에 다시 무엇을 찾아 떠난다. 반복되는 과정의 순간을 메마를 만큼 허허벌판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반복된 고뇌를 떠올린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는가. 고뇌하는 것과 타오르는 인간의 존재를 통해 그 답을 찾을 것이다. 영화 어파이어는 그 답의 실마리가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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