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야 Dec 19. 2023

역사에 IF는 없다

서울의 봄 by. 김성수

서울의 봄 (2023)


1980년대 박정희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했던 순간이 있었다. 대한민국에도 잠깐이지만 찬란한 봄이 왔던 순간이었다. 독재자의 죽음과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시 힘에 의해 무너졌고, 사려졌다. 다시 봄이 사라지게 되었다. 무력에 의해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피를 빨아먹으며 자라는 민주주의가 회복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그 시절의 추운 겨울은 남아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런 시대상의 슬픔을 실제 역사로 그려낸 영화였다. 

  

12.12 쿠데타. 신군부 하나회를 중심으로 일으킨 대한민국 두 번째 쿠데타 사태. 이름만 들어도 무력과 공포가 밀려오는 참혹한 순간이었다. 다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순간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무너진다. 결과를 알고 있는 미래의 우리들에게는 비극일지 모른다. 특히 그 뒤의 역사적 사건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역사를 새로 쓸 수는 없었다. 영화는 대신 역사에서 IF라는 전제가 될 수 있던 여러 사건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12.12 쿠데타가 가진 시선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때 그 순간에 선택들에 의해 막을 수 있던 역사였을까? 감독은 묻는 것 같다. 시민들이 할 수 있던 것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을 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이를 방치했다. 역사적인 필연성 혹은 무력한 인간의 좌절에 의한 선택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권력에 의해 바뀌게 된 역사의 책임을 회피 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이 모든 잘못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회라는 사조직을 통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일당들의 선택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을 막아야 하는 사명을 가진 군인이지만 실패를 반복한 것은 여지없는 역사의 죄인이라고 이야기 할 만 하다. 

  

그러면 우리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봐야할 것인지를 고민해본다. 역사는 이미 끝난지 오래되었다. 그 시절의 주역들은 대부분 죽거나 노인이 되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역사에 숨어서 흘러간 사람도 있다. 바꿀 수 있는 역사였다면 노력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면 왜 감독은 영화에 주목을 했을까? 바로 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편이라고 말한다. 이기면 혁명, 지면 쿠데타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쁜 짓을 저지른 악당들의 역사가 화려하게 기록에 남겨졌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시민들이기에 역사의 기록은 바뀔 수 있었다. 

  

피를 빨아먹으며 자라났던 민주주의의 주역들이 그들의 역사를 증언했고, 그들을 시대로 불렀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고, 쿠데타라는 치욕스러운 폭력행위로 정권을 찬탈당한 비극도 있었지만 역사는 끝내 그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를 통해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새겨야만 했다. 물론 시민들의 힘으로 독재의 시대를 물리쳤지만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고 있으면 다실 올지도 모를 독재를 막을 의미가 생긴다. 그 시절의 빼앗긴 봄과 함께 죽은 영령을 기억하면 더욱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하나회의 주역 멤버들의 사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여전히 시대의 어려움은 어디에서 누군가에게라도 닥칠 수 있다. 그렇기에 항상이라도 역사를 기억하고 암흑을 이겨내야 한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봄이 오지 않는다. 마치 금세 꺼져버린 서울의 봄처럼 말이다, 역사에는 IF가 없기에 더욱 중요하다. 더 이상의 그런 시대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항상 노력한다. 다시는 서울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그 영화를 보며 1980년대의 아픔을 기억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들어간 창작의 그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