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곁에 있어 줄게.
지인이 출간 1주년 돌잔치 이벤트를 열고 있다. '네 곁에 있어 줄게'는 창원 지방 법원 류기인 부장 판사가 열다섯 명의 공저자와 함께 소년 재판 위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법원 안팎의 목소리를 담아낸 따뜻한 책이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강력해지며, 처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촉법 연령을 낮춰야 한다 등등 갈등이 고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류판사와 공저들은 조금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국선 보조인, 참여관, 청소년 회복센터 관계자등의 역할로 어린 범죄자 옆에서 수사 재판 갱생의 과정을 함께 했던 이들은 '청소년 범죄자를 마냥 미워하는 것' 만이 답일까 독자에게 묻는다.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과 '범죄'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분리하여 사태를 바라보게 되었다. 끔찍한 범죄 뒤에는 그 길로 빠지기가 너무 쉬었던 불행한 성장 환경이 있고 나이에 걸맞게 보호받지 못했던 어린 인생들이 줄줄이 엮여 있었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깨지고 병든 가정, 무관심과 냉대가 가득한 사회 속에서 한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무난하게 자라가기를 기대하는 건 모순이지 않은가!
고통받는 범죄 피해자를 돌보는 것도 가해자에게 합당한 형벌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아직도 청소년이라는 현실을 무겁게 바라보아야 한다. 나쁜 놈들을 그저 우리의 안전하고 완벽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감옥에 처넣어 평생토록 세금으로 먹여 살릴 것인가? 아니면 그 돈으로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채워 넣어 혹시 모를 괜찮은 시민으로 키워 볼 것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더 기꺼이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아직도 어린 그들은 앞날이 청청한 청소년이다. 평생을 한 곳에 가둘 수도 없고 해외로 방출해 버릴 수도 없는 그들을 끌어안을 자들은 온 세상에 우리 밖에 없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지켜가는 일꾼으로, 세금을 내는 납세자로, 우리의 자녀들과 한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앞길을 온 사회가 같이 찾아봐야 한다.
그런 생각들을 실천하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무겁고 답답한 일들을 묵묵히 감당해 내는 16분들의 글들은 하나하나가 따뜻했다. 훈계와 날을 세운 비판, 냉철한 판결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이 파도가 무난히 지나가기를 그래서 그 또래의 보통 아이들처럼 잔잔하고 나른하게 일상을 살아보기를 소망하는 저자들은 애끓는 가슴을 억누르며 나직하게 말한다. '네 곁에 있어줄게'
이분들께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뜻을 이 작은 글로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