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프리카 말라위, 마돈나의 55억 기부금 행방은?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 산다는 건.

by 몽기

수퍼스타 마돈나는 말라위와 인연이 깊었다. 2010년 즈음 말라위에서 자녀를 2명 입양한 뒤, 고마움을 표하고자 여러 자선활동을 펼치며 이 나라의 빈곤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특히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는 여자 아이들의 참상에 마음이 아파 국가 전역에 400개의 여학교를 짓겠다며 180억 원(당시 돈으로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사재를 털어 자선 단체를 설립했다.

말라위 온 국가가 놀라운 뉴스에 흥분했고 마돈나는 일차적으로 55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전달하며 학교 건립의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재단의 자금 유용과 관리 부실로 기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지리멸렬한 법정 싸움으로 구설에 오르내리던 마돈나는 결국 손을 들었다. 벽돌 한 장 올리지 못한 채 사라진 그 돈은 누군가의 고급 차가 되었고 골프장 회원권이 되어 버렸다. 학교 건립 계획은 백지화되었고 마돈나는 기존 구호 단체를 통해 돕는 걸로 방향을 바꾸었다.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던 선의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의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는 최악의 자선 사례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여러 구호 단체에 교훈을 주고 있다.

블렌타야 공항 출국장 내부. 난리법석 입국장보다 한결 정돈된 분위기. 단촐한 기념품 가게와 매점이 2-3개 있다.

말라위 거리를 거닐다 보면 낯선 구호가 적힌 광고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부패 없는 우리 정부 최고' '부정부패 몰아낸 깨끗한 우리 마을'등등.

이들이 부정부패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돈을 뜯어내는 경찰들. 거리엔 제한 속도 안내판도 없는데 과속을 했다며 벌금을 물린다. 우리 팀도 두 번 정도 걸렸는데 한 번은 선교를 하러 왔다 하니 고맙다며 봐준다고 했고, 다른 한 번은 1-2만 원 정도의 벌금을 현장에서 냈다. 한번 속도위반에 걸리면 최소 3-4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호주인들에게는 좋은 경험 했다고 웃으며 낼 수 있는 금액이지만 말라위 인들에게는 살 떨리는 무시무시한 액수일 것이다. 게다가 현장에서 낸 벌금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항에서도 여러 직원들이 돈을 달라 선물을 달라 끊임없이 서슴없이 요구했다. 근데 또 안 줘도 그만이다. 농담하는 척 그냥 수시로 찔러보는 듯했다.

지인의 경험담은 또 이랬다. 자동차 타이어를 교환하러 수리점에 갔는데 새 타이어를 보여주어, 잠시 돌아서서 계산을 하고 왔더니 엉뚱한 타이어로 교체되어 있었단다. '좀 전에 보여준 게 아니지 않냐?'고 항의했더니 '알아챘구나' 하며 또 아무렇지 않게 새 타이어로 다시 갈아주었단다.

어느 교회에서는 예배 중에 헌금을 거두고 교인들 앞에서 바로 계수를 했다. 자신들의 정직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일게다.

말라위에서 이디오피아로 떠나는 경비행기는 모잠비크 도시 두어 군데를 잠깐씩 경유했다. 짐을 들고 내리는 승객도, 새로 타는 승객도 있었다. 고속버스 같은 서비스라 해야 하나...


서로가 서로를 등치고 믿지 못하니 좀도둑부터 대도둑까지 곳곳에 있고, 부패 좀 몰아내자고 너나 없이 외치는 것이다. 대통령을 새로 뽑아도 달라질 거란 희망이 없으니, 사회가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외부 원조만 기대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정작 좋은 일 하려고 모여든 얼마 안 되는 외부 사람들과 단체들 조차 도대체 누구를 믿고 기부금을 전달하고 일을 맡겨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는다. 관리하는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금이 목적대로 쓰이도록 옆에 바짝 붙어서 철저히 감독해야 하는 어려움이 추가로 따른다.

빈곤해서 부패한 것인지, 부패해서 빈곤한 것인지,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 부터 무슨 수로 끊어내야 할지 모를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