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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5. 2024
아밋대 리더
32. 끝과 시작
새벽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유일한 나의 시간.
일문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다.
후드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도 잊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낮에는 팬데믹을 통제하는 사람들과 AI로봇들로 인해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지만 이 시간은 잠시 그 감시가 비어 있는 틈과도 같다.
목음선생을 만난 이후 일문은 동네공원에서 수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은 참장동작을 하지 않아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일문의 머릿속은 온통 'בראשית베레쉬트'라는 단어뿐이다.
도대체 베레쉬트가 무엇일까?
일문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수련하고 있을 때
일문은 이 세상 아니 온 우주에 자신과 베레쉬트와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존재만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편안하고 온화하면서도 아주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그 느낌을 만끽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러한 기분마저도 사라지고 오직 베레쉬트만 남았다.
'내가 너고 너가 나다.
내가 우주고 우주가 나다.
내가 베레쉬트고 베레쉬트가 나다.'
눈을 뜬 일문은 목음선생의 움막으로 향했다.
움막 앞은 노란색의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문을 두드리며 몇 번을 불러보지만 안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없다. 안으로 들어간 일문은 눈앞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는 책들과 물건들을 발견한다.
순간 온몸이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다.
그의 눈에 목음선생이 평소 읽던 히브리어 성경이 들어온다. 농부할배 목음선생의 온기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조금 전의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사라지고 평온함과 안도의 마음이 그를 진정시킨다.
성경책을 열어 창세기 1장 1절을 바라본다.
:בראשית ברא אלו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에트 하샤마임 베에트 하아레츠:
그리고
목음선생을 느낀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일문은 아밋대스쿨 친구들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아밋대의 친구들이여
세상의 빛이여
에덴을 사모하는 이들이여
에덴은 자유이며 속박 없는 세상이야
우리의 자유를 구속하는 자들에게서 사람들을 구하자.
우리 각자에게는 힘이 있어.
그 힘은 자신의 힘이면서 이 우주의 힘이야.
나는 그것을 느껴. 그리고 그것을 너희에게 알려주고 싶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임을 말하고 싶어.
8월 8일
거기서 만나도록 하자.
나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제로!
일어나라!
세상의 주인으로 우뚝 서라!'
잠자고 있는 제로의 의념속으로 누군가가 제로를 부른다.
'너는 누구냐?
이것이 꿈이라면 나는 이런 꿈은 싫어. 빨리 깨고 싶어.'
'제로!
이것은 꿈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다.
이것은 미래다.
나는 미래의 메시지다.
나는 너다.
나를 받아들이고 세상으로 나아가자.'
'아니야! 너는 내가 아니야! 나는 제로일 뿐이야!
당장 내게서 나가! 어서 나가!'
잠자고 있는 제로는 악몽을 꾸며 잠꼬대하듯 소리 지른다.
'너는 나를 알게 되고 나를 받아들일 것이다.
너의 아버지 앨런은 깊은 잠에 빠질 것이다.
그 잠이 죽음으로 향할지 생명으로 향할지
너는 결정하게 될 것이다.'
아들의 방에서 괴로워하는듯한 소리를 듣고 앨런은 제로의 방문을 두드린다.
"제로야 제로야 괜찮니?
잠깐 들어가도 되겠니?"
방문을 열고 들어온 앨런은 갑자기 머리를 잡고 쓰러진다.
"Dad! Dad!
Help me! Help me!"
8월 8일
일문은 친구들을 만난다.
미래 '아밋대 리더'라 불리우게 될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 중엔 제로의 얼굴은 없었다.
-끝-
아밋대 리더를 마칩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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