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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Apr 15. 2024

낮은음 자리표

05. 멈추고 서서

우는 오늘도 새벽 달리기를 하고 있다.

동네 여기저기를 정해진 코스 없이 한 시간 정도를 달리는 것이다. 지병처럼 가지고 있는 요통을 치료하겠다고 시작한 것이지만 달리기가 이렇게 매력적인 운동인 줄은 몰랐다.

달리던 은우는 풀어진 신발끈을 보고 잠시 멈춘다.

멈춘 것이 잘못이었을까?

어제저녁 아내의 말이 떠오른다.


"여보 인수한테 말 좀 해 줘요.

요즘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아요."

아내의 말에  왠지 짜증이 난다.

"그런 건 당신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평소에 얘기를 해보라고. 그런 일까지 모두 나한테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가뜩이나 요즘 일 때문에 골치 아픈데."

아내는 나의 고압적인 말투에 이내 눈가가 붉어진다.

"그래도 인수문제잖아요. 저도 평소엔 인수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한다고요. 요즘 사춘기라 그런가 전엔 이러지 않았어요."

아내의 말은 항상 똑같다. 그리고 마지막엔 눈물.

아! 똑같은 패턴.

마음을 짓누르는 저 눈물. 바로 저 눈물.

"미안미안. 내가 말이 심했어. 미안해.

나중에 내가 인수한테 말해볼게."

나 역시 습관적으로 말하고 이 순간을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빨리 내일 달리고 싶다.


은우는 열심히 살아왔다.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면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다.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아버지로 인해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을 보면서 자신은 절대 저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꿈꿔왔다. 그런데 지금 은우는 행복하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낮은음 자리표'


'음악학원이 언제 생겼지?'

은우는 새벽이라 문을 열지 않은 카페주위를 둘러본다.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해소할 수 있는공간에'

카페에 쓰여 있는 문구를 무심히 읽는 은우의 시선이

'해소'라는 글씨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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