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오래된 주택과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살고 있는 낡은 동네입니다. 성인 된 직후 독립을 하게 되어 자취방을 구하던 시절, 저렴한 월세에 넓은 방을 구할 수 있는 동네는 이곳뿐이라서 정착한 지 어느새 7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은 요즘 시대에선 5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로 정정해야 할 듯합니다. 노후화된 건축물은 허물어지고 높은 빌딩과 신축 원룸이 들어서고, 이름 있는 아파트는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어졌습니다. 건물들이 번쩍이고 예쁘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없었던 건물들이 들어설수록 낯선 풍경에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밤에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골목길에 돗자리를 펴고 손녀들과 함께 쉬고 계신 이웃집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해가 질 무렵 과일을 나누며 웃음소리와 대화로 가득한 할머니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동네의 작은 슈퍼는 택배가 마땅히 보관될 곳이 없어 모든 택배가 모이는 장소도 됩니다. 조금만 발전해도 흔히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얻은 추억들을 스스로 낭만이라고 자주 칭합니다. 거리 곳곳에서 떨어져 있는 낭만을 줍고 다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낭만을 회상하는 날이 많아집니다. 막연히 슬픔만 가득하진 않습니다. 글로 기록하고 때론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낭만들을 떠올릴 때,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요즘은 사실상 보기 힘들지만, 간혹 우연한 계기로 낭만이 보이면 지금도 주워 담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발견하는 작은 낭만들이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낭만을 주워 담는 것이 우리 삶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낭만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