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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운 Oct 28. 2024

진짜 어른

처음 자취를 시작한 22살,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바로 독립을 하게 되어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저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꿈에 그리던 자취로 인해 ‘나도 이제 22살인데 진짜 어른이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이삿짐을 옮기고 오늘부터 혼자서 열심히 잘살아 보라는 조언을 해주시며 아버지는 떠났습니다. 저는 한껏 들뜬 채 홀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짐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정리가 끝나니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달이 거리를 환히 비추고 있더군요. 텅 빈 방 안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공허한 마음이 들고 그런 공허함의 연장선이랄까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 또한 스스로가 생각한 ‘어른’, 그것도 ‘진짜 어른’이라면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각오와는 다르게 살아보니 어른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가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외로움이란 감정을 직면하게 됐습니다. 저는 반년 가까이 평일에는 집 밖을 나서 산책을 하며 사람들을 보고, 주말에는 가까이 사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밤이 깊어질 때까지 담소를 나누며 외로움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애써 외로움을 피하려 했지요. 영원한 건 없단 듯이 결국은 돌고 돌아 외로움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자취를 시작한 지도 팔 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사이 영팔이(반려동물)란 소중한 가족이 생겨 함께 지내고 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직 저는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나 봅니다. 간혹 지친 하루가 찾아올 때면 잔잔했던 외로움이 큰 파도가 되어 저를 휩쓸고 지나가는 순간이 참으로 겁이 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머리로 이해해도 마음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저 덤덤히 시간이 걸릴지라도 외로움이 지나가길 바라면 어느샌가 감정이 개어 아무 일 없단 듯이 돌아와 있더군요.


무언가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나만의 방법을 가지고 잘 대처한다면 그러한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견고한 성을 이루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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