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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운 Nov 08. 2024

동심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차장님과 함께 업무를 하게 된 적이 있다. 차장님은 성격이 다정하고, 언제나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려는 분이셨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잘 지내고, 일 외에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도 업무 시간 동안, 때로는 말없이 각자 일을 하며 침묵이 흐를 때도 있었다. 그때, 어색한 침묵을 깨고 차장님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차장님은 딸과 나눈 대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 딸은 꿈이 뭐야?   

- 아빠 나는 택배기사 하고 싶어.


차장님은 그 말을 듣고 놀랐지만, 동시에 그 말이 순수하게 느껴졌다고 하셨다.


- 왜 택배기사를 하고 싶어?

- 택배기사는 매일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잖아. 크면 꼭 택배기사 할 거야!


차장님은 딸의 말을 듣고 한참 생각에 잠기셨다고 하셨다. 평소라면 택배기사를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직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린 딸의 눈에는 그것이 '선물을 주는 일'로 보였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는 것이다. 딸은 택배기사가 되는 것이 단지 물건을 배달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꿈이 되었다는 점에서 차장님은 감동하였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꿈이 단순히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고 따뜻한 시각을 일깨워주었다. 택배기사를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직업으로만 여겼다면, 그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삶에 의미를 더하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야기할 때, 사회적인 성공이나 명예를 꿈꾸곤 한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 택배기사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전하고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그 순수한 마음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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