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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즈 May 14. 2021

큐레이터는 전문직인데 근무환경이 왜 이 모양일까? -1

[어시 큐레이터의 근무일지] 내 직업에 대한 회의적 고찰


대중에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생소하다.

큐레이터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까?

전시 해설? 헤드폰을 착용하고 하이힐을 신고 전시장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는 큐레이터의 일과 중 한 부분일 뿐이다.


큐레이터의 업무를 대표할 수 있는 한 단어를 꼽자면 ‘문화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 큐레이션을 하는 사람이다.

큐레이션이란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목적에 맞게 분류하는 것이다.

특정 콘텐츠를 큐레이터의 기획력으로 큐레이션 하여 재생산, 2차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의 예술세계로 전시를 기획하게 된다면, 큐레이터의 ‘아이디어’를 한 스푼 담아 전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셀렉하는 과정을 거쳐 전시 스토리를 기획한다.

그러므로 큐레이터는 큐레이션 전문 문화기획자이다. 학예사라고도 불리는데 나름 ‘사짜 직업’, , 전문직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제 경력을 막 시작한 나와 같은 어시 큐레이터는 연구원이라고 부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문화예술 콘텐츠와 연구성과들이 보급되는 과정 속에서, 일반 대중이 그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정보의 양적 압박 속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주체로서 스스로 사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큐레이션 하여 대중에게 양질의 정보를 간편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제공하는 방식이 전시가 될 수 있고, 축제가 될 수 있고, 도록이 될 수 있고, 세미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큐레이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유무형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가공하여 무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예사는 매년 전망 있는 직업으로 꼽힌다. 근데 10년째, 20년째 전망만 있다. 학예사는 기타 다른 전문직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이것은 고용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앞서 말했다시피 대중에게 양질의 정보를 선별해서 제공하기 위해서 학예사는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그래서 석사는 디폴트 박사는 선택인 것이다. 고학력 고 스펙을 요구하는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정이 매우 높으며 급여도 말도 안 되게 낮다. 이것은 학예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로는 학예사 자격증 남발이 원인일 수 도 있고,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 자체가 돈이 된다는 생각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학예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학문을 얘기하면서 돈이라니..!라는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사람들은 참 많지만 나는 학문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다. 왜 둘 다 하면 안 되냐. 먹고살 수 있는 것 보장되어야지 더 많은 학문 후속세대들이 양성되는 것 아니냐. 왜 돈 있는 사람만 공부해야 하는 건가. 돈 있는 사람만 큐레이터 해야 하는 건가? 그러면 이 업계는, 학문의 세계는 계속 이 모양 이 꼴일 것이다.


인문학, 문화, 예술이 돈이 안된다는 인식은 어디서부터 인 것일까. 인식이 바뀔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오래 걸리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저작권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지 불과 10여 년, 20여 년 정도밖에 안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p2p사이트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는 너무 쉬웠고, 그에 대한 법적 처벌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권익보호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회도 동조했다. 법과 사회의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초등학생의 진로희망 1순위가 연예인, 아이돌이다. 부모님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충분히 전망이 좋은 직업이라 여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박물관을 그저 공공기관으로 인식하며 일종의 국민 복지의 일환으로 본다. 그러나 여러 박물관이 행정적으로 공공기관인 것뿐이지 박물관이 xx구청, 시청처럼 행정기관인 것은 아니다. 연구, 교육, 보존, 문화 시설인 것이다. 연구와 교육과 문화가 경제활동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연구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박물관은 직접적으로 행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연구성과를 전시나 축체로 재탄생시키면서 소비자에게 이 2차 생산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박물관이 공공기관으로 치부되면서 대중은 입장료를 내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10여 년 전 음악을 돈 주고 들어야 하냐라는 인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에는 입장료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지 문화재와 문화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것이 단돈 500원이든 지폐 한두 장이 되었든 말이다.


문화재와 문화의 가치가 높아져야지만 문화예술 관람의 태도도 높아지고 문화 산업에 돈을 소비한다는 인식이 생겨야지 경제 성장이 멈춘 이 사회에서 이익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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