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 비망록] 1 - '용감했다' 라는 소감이 무색하게
2015년 8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그리고 2017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있었던 중국 유학생활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어 써보고자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여러 일들이 있었으나, 그냥 한낱 술자리에서나 소비되는 무용담처럼 남기자니 아쉬워서
'라떼는 말이야'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써보고싶어졌다.
처음 중국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싶다는 근거없는 열정에 힘입어 휴학을 가뿐히 때리고, 주56시간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던 대학생은 남는게 시간과 돈이었다. 모은 돈으로 영화를 찍고 남은 돈으로 모두가 다 하는 유럽여행을 한달 반정도 다녀오고 복학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혹은 모을 수 있는 돈)을 가지고 가장 오래, 그리고 편하게 나갈 수 있는 해외가 어딜까?
이 질문에 정답지와 같은 곳은 바로 중국이었다.
당시 5~600만원이면 4개월 정도 유학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유럽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인 것 같아 바로 중국어학원을 등록했다. 강남에 있는 대형학원은 아니었고, 방문학습지를 병행하며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아주 작은 보습학원이었다.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알바하던 약국의 바로 윗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첫 중국 유학을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 있는 윈난대학교에서 했다.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학원 원장님의 추천이었다. 본인이 유학을 했던 곳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학비와 기숙사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이유였다. 2015년 당시만해도 4개월 어학연수 비용이 100만원이었으며, 기숙사는 중국돈으로 하루 15위안, 한국돈으로 약 3000원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봄의 도시 '쿤밍'! 4계절 내내 따뜻하다는 뜻으로 중국 사람들에게도 휴양지와 같은 곳이 윈난성쿤밍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학교를 결정하고, 1,000원의 국제전화비용을 들여 입학신청을 문의하였고, 중국으로 출국하기 위한 여행비자도 약국 옆의 사무실을 쓰던 여행사 사장님께 부탁드렸다.
그렇게 한 일주일만에 중국 유학에 대한 마음가짐을 끝냈다.
2015년, 당시 해외 출국이 처음이라서 출국 전 2~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급하게 입국장으로 향하느라 마중나온 어머니와 오랜 시간 작별인사를 하지도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올랐을 때 울컥 눈물이 나왔던 거 같다.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못했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첫 해외출국이자, 첫 타지살이었으며, 첫 국제 비행기였다. 그리고 당당하게도 저녁 9시에 타지 항공에 떨어지면서도 로밍할 생각 조차 하지 않았던 나. 어쩌면 그렇게도 무모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저 행복할 미래만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5시간이 흘렀을까 짐을 찾고 나온 공항은 깜깜한 어둠이었다. 아, 망했구나. 싶었다.
핸드폰이 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상황에서 중국어 학원 선생님이 써주셨던 중국어로 쓰인 학교 주소가 적힌 쪽지만 달랑 들고 있었다. 2015년 21세기에서 이렇게 아날로그하게 해외출국을 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낭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