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이 다가온다. 여행을 갔던 적이 언제였던가. 엄마 모시고 동생이랑 갔던 제주도 여행이 떠오른다.
병을 진단받은 다음 해, 벚꽃등이 꺼지고 나서 철쭉이 피기 시작하는 4월 우리는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3박 4일 일정 동안, 하루 한 코스씩만다니며 엄마가 힘들지 않도록 했다. 제주도는 그동안 여러 번 갔지만, 저렴한 숙소나 회사 콘도를 이용하곤 했다. 이번엔 아픈 엄마를 위해 제주시에 있는 5성급 호텔에서 묵었다. 제주시 공항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 내부 시설도 깔끔하고 좋았다.
맑은 날씨도 우리 여행을 반겨 주는 것만 같았다. 한라수목원에 간 날, 우리는 봄 햇살을 흠뻑 맞았다. 수목원은 나무, 식물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해서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있다. 실내 온실도 있는데 코로나19로 닫혀 있어서 들어가진 못했다. 그래도 야외 산책 길이 가파르지 않아 천천히 산책하기 좋았다. 우리가 지날 때 새가 운다. '잘 쉬었다 가세요'라고 들린다. 새소리가 고맙다.
잔디광장 벤치에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푸른 자연과 함께 그 순간을 마음속에 한 컷으로 남겼다. 엄마와 간 마지막 여행,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었다. 엄마는 여행 내내 거의 말이 없었다. 이전에 왔던 때랑 다른 모습에 가슴이시리다.
굵고 푸른 대나무가 숲을 이룬 곳을 지나갔다. 대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다.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속을 채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위로 뻗어나가는 대나무 줄기를 잡아 주는 게 있다. 그건 마디다. 부러지지 않고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 나에게 마디 같은 존재는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