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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Mar 14. 2021

고양이는 집사가 뭘 하는지 알고 있다

고양이도 학습하는 동물이다



나의 반려묘들을 어릴 때부터 외출을 전혀 하지 않은 전형적인 집고양이였습니다. 집 외에는 생활을 해 본 적이 없고 이전 집사 외에는 낯선 손님들을 거의 마주할 일도 없었으며 풍족한 생활을 했기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성묘 2마리를 데려오면서 중성화를 약속했고 중성화를 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들러야 했습니다. 이 외에도 매년 정기적으로 예방접종도 해야 했고, 매달은 아니지만, 내외부 기생충 방지를 위해 머리 뒤쪽에 기생충 약도 발라야 했습니다. 생활하면서 중간에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기 위해서 동물병원에 방문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동장에 들어가야 하는 고양이로서는 바뀌는 환경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초보 집사 시절에는 고양이들이 이동장으로 들어가는데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아직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극진히 자기들을 모시는 집사가 병원에 데려가서 고통을 줄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요. 여아의 중성화 수술은 마취 후 개복을 해야 했고 2주일 동안 약을 먹으면서 보살펴주어야 했지만, 그 기간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2주 후 다시 병원에 방문해서 실밥을 풀고 고양이들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일상으로 돌아갔고, 초창기에는 그렇게 조용하게 서로가 서로를 살피면서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번 두 번 예방접종을 하고 자잘한 병치레를 하면서 병원을 종종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들도 나중에는 ‘이동장=병원=고통=스트레스 대박’ 이런 인식이 생겼는지 내가 이동장을 꺼내면 고양이들은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고양이가 이동장에 스스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 이동장 안에 맛있는 간식을 넣어 두면서 고양이를 유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간식을 먹으려 이동장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이동장 문을 빨리 닫았습니다. “야옹~~”하면서 소리치는 고양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코코, 조금만 참자.” 하면서 달래면서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너 뭐 하고 있니? 의문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코코

 고양이는 나의 행동에 조금 더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이동장에 간식을 넣어 두어도 완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몸을 반절만 들어간 후 간식만 쏙~ 빼서 나와 구석에 들어가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앗, 이게 아닌데.. ‘ 그런 고양이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지만,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동장을 집 한쪽에 두고 언제든지 들어왔다 나왔다 할 수 있도록 푹신하게 대형 배변 패드를 깔아 두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고양이들은 몰랐겠지만 내 계획은 이때까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것도 잠시뿐 고양이들은 이런 식으로 내가 병원에 데려간다는 걸 알자 이동장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기존 이동장을 창고에 넣어두고, 집 안에 있는 다른 이동장을 꺼내 다시 배변 패드를 깔아놓고 이동장 문을 앞뒤로 열어두고 터널처럼 활용하게 하였습니다. 고양이들은 다시 호기심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한동안 생활하다가 나중에 또 병원에 데려가자 다시 이동장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내가 이동장만 꺼내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집안 구석 어딘가로 숨어버렸습니다. 나는 고양이들이 제발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둘째는 어쩌다 가끔 병원에 갔지만 첫째인 아름둥이 코코는 방광염을 앓고 있어서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종종 데려가야만 했기에 병원 방문을 앞두고 어떻게 이동장에 들어가게 할까? 어떻게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약 먹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위해 처음에는 캔에서 간식을 조금 덜어낸 후 약을 부셔서 약간의 물과 함께 잘~ 섞어서 주면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속 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약을 부셔서 간식에 잘 섞고 있었는데 싸늘한 시선이 뒤통수까지 느껴진 적도 있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고양이의 시선은 ‘집사야, 내 밥에 뭘 섞고 있니?’ 나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고양이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서로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한 명은 악역을 맡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지능적인 동물입니다. 나는 고양이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면서 비록 사람 말을 하진 못하지만, 행동과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주인의 행동을 통해 학습하고 발전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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