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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선 Feb 16. 2022

재테크 하지 않는 자의 변명


동학개미 시대가 오기 전엔 나도 주식을 했었다. 아는 주식을 사라는 말에 관심 있는 산업 중심으로 주식을 샀다. 경쟁사 주식을 샀는데, 내가 일을 잘하면 우리 회사가 잘 되니 내 월급이 오르고, 경쟁사가 잘 되면 내 주식이 오르니 아무튼 개이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헷지라는 개념을 본능적으로 적용했었네요) 사드 설치로 코스닥이 박살나는 날 주택자금이 필요해 시장가로 일괄 모두 팔았고, 도합 백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 이 정도면 싼 수업료를 냈지요...


모르는 게 있을 땐 우선 책을 산다. 할 땐 재밌어서 주식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특히 재밌게 본 책은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6636094 > (피터린치, 국일증권경제연구소)과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심리 투자 법칙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6142574 > (알렉산더 엘더, 이레미디어) 였다. 그리고 이 책들을 통해 나는 나 스스로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피터 린치 선생님은 시장은 언제나 열리기에 주택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시장에 진입하지 말라고 하셨다.

실제로 나는 주택 문제로 인해 내가 팔고 싶지 않은 타이밍에 주식을 일괄 시장가로 던지고 짧은 주식인생을 마무리했다...


- 10년, 20년을 묵혀도 될 여윳돈이 내게 없다 

그리고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 판단을 빠르게 수정하지 못한다

여기서부터는 심리의 문제였다. 내 판단이 틀렸다는 걸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게 고통스러웠다. 기계적인 손절선을 지키지 못했고, 어떤 요행이 내게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내가 틀렸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 자신에게 근거는 없었다.


- 멘탈이 약하다

2021년 후반기에 퇴근 후 투잡을 잠깐 했는데, 투잡은 내겐 너무 버거웠다. 원잡도 버겁다는 결론을 내렸다...(ㅋㅋㅋ) 한국 주식시장이 열리는 9:30~3:30은 내가 원잡인 본업에 가장 충실해야 할 시간이었고, 시장을 살피거나 대응할 여력도, 정신적인 여유 공간도 없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24시간 장이 열린다니, 상한가 하한가도 없다니, 나스닥을 보려면 잠을 잘 수 없다니... 


- 예상 수익액이 이 모든 걸 감수할 정도로 크지 않다

합리적인 전업 주식 투자자가 목표 수익율을 8%로 잡은 것을 블로그 검색하다 보았다

시드가 조금인 나로선 1천만원 기준 80만원인 것인데, 이 정도 수익을 기대한다면 아껴 쓰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작은 시드로 큰 이익을 원한다면 결국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 나의 고통의 원인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생... 물론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내가 가진 고통은 대체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이 더 많아진다고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 돈을 더 벌기 위해 추가적인 '노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말에 기만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퇴근한 내게 또 일 시켜먹고 네 책임이다 또 혼내는 거 같고...ㅋㅋㅋ



장류진의 소설 <달까지 가자>는 이더리움을 산 세 여성이 '엑싯'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2021년 4월. 나는 이 책을 열심히 팔았고, 이더리움 차트의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더리움은 2021년 5월까지 엄청나게 상승했고, 7월에 엄청나게 하락했고, 다시 11월에 엄청나게 상승했다. 이 소설을 안 순간 이더리움을 사서 2021년 11월에 팔았다면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이 하루하루의 소음과 진짜 신호를 구분해낼 혜안이 있었을까? 7월에 판 후 9월 상승하는 차트를 보며 조급하게 추격 매수를 하진 않았을까?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고 최저가로 시장에 던지진 않았을까?


돈 없는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해 애끓는 것보다 내겐 더 맞는 것 같다. 내 정신력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내게 없다. 



2021년 3월~2022년 2월 이더리움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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