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무직 생활>의 매거진에 글을 마지막으로 작성한 게 2021년 4월 28일이다. 왜냐고?
정직하게도 저 때 이후로 무직 생활을 청산하고 그렇게나 원했던 '정규직' 직장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기롭게 보내기보다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후에는 그냥 누워있기 바빴던 생활을 보냈다. 글을 쓰는 일을 했지만 대표의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만 했고 나의 사수는 항상 한숨을 쉬었는데 그 한숨은 내 어깨에도 앉고, 머리에도 앉고 마음에도 앉았다. 자기 전에도 그 한숨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게 그렇게도 원했던 '정규직' 직장인의 삶이구나를 느끼면서 살다 보니 여러 계절이 지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사수가 한숨을 쉬면 나도 똑같이 한숨을 쉬고 사수가 짜증을 내면 나도 똑같이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 한숨과 짜증이 주는 무게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쉬는 한숨이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무기력했고 키보드를 두드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도 원했던 '정규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사직서를 내고 자발적 퇴사를 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 회사가 원하는 '정규직' 인재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직' 생활은 슬기롭게 보냈는데 '유직' 생활은 슬기롭게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괴로웠다.
나는 정녕 한 곳에서 진득하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내가 정말 쓸모없는 팀원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뽑아준 대표와 사수의 마음에는 들지 못했지만 함께 일했던 팀원은 결코 내가 쓸모없지 않다는 걸 알려줬다. 비록 첫 '정규직' 직장에서의 생활은 슬기롭게 보내진 못했지만 내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지 단 한 명이라도 알아준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유직' 기간이었다.
뒤늦은 나이에 직무를 전환하고 그렇게나 원했던 '정규직' 첫 직장을 내 발로 나왔다.
슬기롭게 생활하진 못했지만 꼭 슬기롭지 않아도 되는구나를 느꼈던 때가 2022년 2월이었다.
퇴사를 한지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이제야 마음 편히 저 때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슬기롭게 보내지 못한 나를 자책하고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정말 머리를 콩 쥐어박고 싶다. 슬기롭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