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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희 Oct 17. 2024

신앙 체험 수기 3

 세례 후에 부모님께는 성당 다닌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갈등이 생길 것 같아 비밀로 하였다. 집에 오신다고 하면 십자가와 성물은 치웠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지나면서 미카엘라는 “언젠가 부모님도 알게 될 테니 얘기하자.”라고 하였다. 막상 말씀드리니 “너희가 좋으면 됐지.”라며 의외로 순순히 인정해 주셨다. 미카엘라는 시간이 지나 어머니께 “아버님, 어머님도 성당 나오시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렸다. 절에 다닌 지 50년이 넘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셨지만, 미카엘라의 지속적인 권면으로 두 분이 함께 나오셨다. 성가정으로 반듯하게 사는 모습을 보시고 자식이 바라는 대로 하겠다고 하셨다. 딸들 혼인할 때 사위들에게 성당 나오는 조건으로 승낙하였다. 사위들은 혼인 전에 세례를 받았고, 큰딸은 성당에서 혼인식을 하였다. 손주들도 유아세례를 받아 온전한 성가정이 되었다. 교구장님 성가정 축복장을 받는 영광도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용암동 성당에서 4대가 미사 참례하는 은총도 받았다. 큰 딸네는 이웃에 살고 있어 같은 성당에 다니고 있다. 교중미사 후에 가끔 점심 식사하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 부부의 성사적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사랑을 나누어 준다. 이 모두가 하느님의 축복이며 은총이다.    


   차츰 성당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하느님을 더 알려고 4년에 걸쳐 성경 필사를 하여 교구장님 축복장도 받았다. 세례받고 시작한 전례는 신앙의 중심으로 이끌었고 15년 이어진 미사 해설과 독서는 신앙생활을 반듯하게 잡아주었다. 지금은 전례 대신 성인 복사를 하며 하느님과 가까이하고 있다. 평협회, 레지오, 단체 등의 적극적인 활동은 신앙생활에 활력을 주었고, 자신을 성숙시켰다. 미카엘라는 꾸리아 단장을 6년 연임하고, 평협회, 레지오, 예비자 교리교사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카엘라는 외인에게도 끈질긴 선교를 실천하여 2015년 청주교구 레지오 도입 60주년 기념식에서 교구장님 선교 우수상을 받았다. 세례받은 지 20년 넘었지만 한 번도 냉담을 하지 않았고 여전히 신앙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고 있다. 지금까지 믿음을 갖고 하느님 부름심에 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의 도움이다. 서정주 시인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구는 아내에게 잘 어울린다. 성령께서 아내를 통하여 부족한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다. 아내의 지혜가 가족을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었다.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내 권유가 아니었으면 천주교 신앙은 알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하느님을 믿는 신앙은 우리 가정을 더욱 성숙하고 행복하게 인도해 주었다.    

본당 ME 부부들과 함께 

  부부는 작은 교회인 것처럼 가정도 작은 교회이다. 가정교회가 하느님 안에서 행복할 때 온 세상이 주님의 평화로 가득할 것이다. 비신자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아집과 잘난 멋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세상만 보며 살았을 것이다. 하느님 자녀로 살아가는 온전한 은총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이 좋은 하느님 나라에서 평화를 누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마지못해 나간 성당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나서 기쁘고 행복하다. 선교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무척 어렵다. 신앙을 갖도록 인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내 미카엘라의 끈질긴 근성과 지혜로운 선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도 선교의 눈이 떠지도록 성령께 청해 본다. (테살로니카 1서 5장 16절~18절)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 말씀을 깊이 새기며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자녀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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