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살기 11
장마철이다. 매일 비가 내리고 습하다. 그래도 산책은 해야 한다.
장대비나 태풍이 아닌 이상 산책을 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매일 산책을 나가는 시간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일단 출발한다. 오늘도 제이의 우비를 챙기고 차에 올랐다. 다행히 도착해서도 비가 내리지 않아 얼른 내려서 배변부터 해결했다. 한 10분 정도 놀고 있었나?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더 가면 지붕이 있는 벤치가 있기에 얼른 뛰어가서 우비를 입혔다.
제이는 우비 입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이왕 산책을 나왔으니 조금 더 놀다 들어가는 편이 낫다. 자기도 비가 내리는 걸 느끼는지 우비 입는 것에 협조해 준다. 그러고선 신나게 잔디밭으로 뛰어간다.
내 신발 속 양말까지 축축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비 오는데 잔디밭에서 지렁이 춤을 추는 것보다야 뛰어다니는 게 낫다. 제이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거나 수영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물 구덩이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늘 비가 많이 내려 잔디밭에 물 구덩이가 만들어지면 슬쩍 가서 발을 담근 다음 뛰기 시작한다.
간식으로 유혹해서 나무 데크길로 갔다. 조금 더 물구덩이에서 놀고 싶어 했지만 역시 아직은 간식의 힘이 더 크다.
비가 내려 사람도 없고 우리만의 공원이다. 고요하고 한적해서 기분이 좋다. 이런 맛에 비 와도 산책을 하는 거지.
비가 계속 내려 아쉽지만 짧게 산책을 하고 차에 탔다. 제이도 아쉬운 지 엎드리지 않고 앉아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가는 길이 막혀 우회해서 가려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는데 어느새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빼꼼 얼굴을 비춘다. 제이에게 다시 내려서 놀다 갈까라고 물으니 기분이 좋아 보인다. 차에 놓아둔 슬리퍼를 꺼내신고 제이와 다시 내려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오니 제이도 만족스러운지 차에 잘 올라탄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다. 언제 물구덩이에 발을 빠트리며 놀아보겠는가. 리트리버를 키우지 않는 이상 나 스스로는 행하지 않을 행동이다. 그래도 제이 덕분에 비가 내리면 잠시 어린 아이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