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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영 Oct 20. 2024

이수영의 [디지털 ‘제지소’]

제7편 / 배승희 제 지인을 소개합니다. 

이수영의 [디지털 ‘제지소’] 제7편 / 제 지인을 소개합니다.      

제지소(製紙所, paper mill)는 말 그대로 ‘종이 제작소’이다. 종이는 정보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혜의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와 같다. 이런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주고받는 공간인 4차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제지소’를 열었다. 나의 지인 소개와 동시에 내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그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위해 시작하고자 한다.      

오늘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온 동생을 한 명 만났다. 이 친구는 나처럼 이름은 여성스러우나 실제로는 남자인 배승희라는 친구다. 이 친구 역시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국군수도병원에서 일하는 간호 장교 신분으로 인재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 친구는 나보다 7살이나 어린데, 그 누구보다도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스타일이면서도, 자기만의 소신과 생각이 뚜렷하고, 늘 자기 성찰적 삶을 살아온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다.     


나는 승희를 처음 만났을 때, 수많은 전공 중에 왜 남자로서 간호학을 전공했으며, 또한 간호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면서, 왜 병사가 아닌 간호장교로 일했는지 물은 적이 있다. 후자에 포커싱을 두고서 오늘 이 질문을 다시 한번 더 했었다. 내가 병무청에서 자문을 하고 있지만, 늘 군대라는 곳은 나에게 있어 그리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가진 대상은 아니었다. 군대는 어떻게 보면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계급이 소위 말해 깡패라서 비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집단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서일지도 모른다.      


이 질문에 승희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병사로서 근무하면 장교에 비해 짧은 기간 내에 상대적으로 몸은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주어진 권한과 의무가 너무나도 제한적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여러 조직을 경험해보고, 내가 어떻게 일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그러했다고 말이다. 승희의 이 한마디는 띵언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잘 이해하고, 또 사회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람이라는 가치를 자신의 삶을 방향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리스펙하게 되었다.     


또한, 승희는 자기만의 확고한 비전에 대한 대략적인 지도를 잘 그리는 친구이기도 하다. 간호장교로 전역하고 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기도 했다. 당시 공공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려 또 다른 공공 섹션을 경험해보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자기 성향과 잘 맞고, 이 곳에서 더 일을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다. 승희는 정규직이라는 안전한 길을 던지고, 또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이 때, 승희는 정말로 결단력이 크고, 자기 믿음이 큰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민간인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또 새로운 도약을 위해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진정한 노마드(유목민)의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 그리고 20년 후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제 공공과 민간에서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대표로, 아니면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가로 거듭나지 않을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시도을 하고 있을지 기대되는 친구이다. 


하지만, 이 친구 역시 노마드로 살아가기 위해 늘 어렵고 힘든 선택을 하고 있었다. 나는 스으히가 이런 선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최근에 2시간의 통화와 2번의 만남으로 계속해서 미움을 받을 용기를 가지고 힘내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 친구는 늘 자기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늘 안전하고 보장된 길을 가라는 사회의 조언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정말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다.      


내가 승희 나이였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면, 나는 승희가 가진 포부나 경험, 그리고 여러 생각에 비하면 성숙하지 못했던 부분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생각건대, 승희의 고민이 지금 대부분의 청년들이 하는 고민이고, 또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자기의 도전을 언제까지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의 단상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 나는 승희가 가진 멋진 녀석이라고 생각이 들때가 프로 이직러라는 자기만의 퍼스널리티를 통해 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늘 공익적 가치에 부합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초연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또, 편견없이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고, 나는 어떻게보면 정해진 틀에, 편견에 좀 더 사로잡힌 사람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또, 승희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점을 집어줄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이 부분은 나와 정말로 닮아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소통이란 서로의 의견을 잘 주고 받는 것이라 대중을 위한 커뮤니케이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인데, 자기만의 전문성을 잘 발휘하더라도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렵지 않은 쉬운 말이 중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승희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를 이 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 다양한 분야의 통섭, 특히, 창의와 융합적 인재를 추구하는 편인데, 이를 위해서는 타 학문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관심과 이론과 현장에 대한 지식이다. 이는 전문 서적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나는 살아있는 지식을 위해서는 사람책 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독서나 영화를 보고 난 후 토론을 좋아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관심있는 지식을 설명할 때 최대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려 노력한다. 승희도 그런 친구고, 또 이러한 노력으로 의료인공지능 등 다양한 아젠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것 같다.     


잠시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오늘 조용호 과장님과 잠시 통화를 했다. 주제는 ‘지방자치’제도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지방자치법 제4조에서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투표를 거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을 별도로 뽑는 기관대립형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일종의 의원내각제 형태로 개선할 경우,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보다 잘 반영하고, 정치적 다양성이 증대되어 협력이 증진되지 않을까하는 취지에 관한 것이었다. 약 40분 정도 전화했는데, 지방자치법의 개정이 가져올 기대효과와 현재의 법제처 판단에 따른 문제점 등 여러 쟁점이 논의되었는데, 역시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 조용호 과장님은 법제처 재직 당시 자지법제과장으로도 직무를 수행하였고, 현재 강원특별법을 비롯한 지방분권과 제도에 대해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다.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멘토와 같다.      


이 때 나는 내 생각에 대한 확인과 동시에 내가 가진 의견의 한계점, 그리고 이로 인한 발전 방향 등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이 때 조용호 과장님은 법률가나 행정가가 아닌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정말 잘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내가 이 덕택에 성장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다시 승희 얘기로 돌아오면, 나와 승희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르는게 부끄럽지 않고, 늘 질문을 하며, 조언을 수용하되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보고, 나아가 이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면서,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승희와의 시간은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 자신이 늘 타인을 배려해주는 사람이면서 배려를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머쓱한 웃음을 보이는 녀석이라 더욱 챙겨주고 싶은 동생이다.      


여튼 나는 승희가 가진 고민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하기가, 또한 자기 발전을 위한 도전이 지금 대다수의 청년들이 겪는 그런 시간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년이면 청년기본법상으로 더 이상 청년이 아니게 된다. 물론 광역단체 조례 기준에서는 39세로 청년 시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20대 초반과 중반, 후반의 입장이 다 다른데, 하물며 20대와 30대의 입장과 의견은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나보다 어리지만 생각이 다양한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노라면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는 승희라는 친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더 많다. 시간은 짧고, 자주 볼 수 있는 학생이 더 이상 아니라서, 내 삶을 변화시킨 지인의 삶 인터뷰로 더 많은 생각거리를 전할 예정이다. 비슷한 전공, 비슷한 고민, 비슷한 삶의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후 인터뷰를 기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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