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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27. 2024

서해랑 길 19코스

증도에서 날이 밝아지면서 숙소를 나오면서 눈앞에 보이는 풍광이 이틀 묵은 펜션 앞 정경이다. 바다가 보이는 좋은 곳이다. 이렇게 좋은 펜션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불편을 느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까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시작은 증도 대교 앞이다. 대교를 넘으면서 바다를 보면서 섬이 많다는 것이 느껴지는 곳이다. 증도 대교를 넘어서 가는 길은 오던 길과 다르게 탄동 저수지를 거치지 않고 농로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이 섬에도 염전이 많이 있었다. 염전 밭을 지나 솔 섬은 도로를 따라서 길이 나 있다. 이 솔 섬에 유일한 지도의 모텔이 있는 곳도 지난다. 

지도읍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지도읍에 들리지 않고 바다만 보면서 걸었다. 지도읍이 상당히 큰 곳이었다. 신안군에서는 유일한 읍이지만, 군 소재가 이곳에 있지 않았다. 


지도에서 가는 길도 갯벌이 보이는 바닷길을 한참 가다가 농로를 걷는다. 이곳에 있는 논은 모내기를 대부분 했다. 

아직 하지 않은 논에서 말린 건초를 뭉치는 작업을 하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이 말린 건초의 이름을 몰라서 지나가는 농부에게 물어보니까, 여기서는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그냥 공룡 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논에서 이모작으로 공룡 알을 수확하고 바로 모내기를 하는 것이다.

서해랑 길은 고사 마을로 들어가서 다시 마을 앞 농로로 이어진다. 다음에 나오는 마을은 조비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면 갯벌에 붉은 식물이 자라는 갯벌이 나오면서 바닷길을 한참 가다가 멀리 대교가 보인다. 

이 대교가 있는 곳이 점암 선착장이다. 

이곳에 가기 전까지 갯벌에 사는 게들이 많이 보인다. 짱뚱어는 간혹 보이지만, 작은 게들은 먹이 활동을 하면서 갯벌 뚝을 지나가도 이곳 게들은 숨지 않는다.

정암 선착장에는 물 빠진 바다에 배들이 놓여 있고, 이곳은 예전에 연안여객터미널이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는지 문을 닫았다. 여기가 29코스 종점을 알리는 간판이 서 있고, 간판 옆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새로운 코스가 시작된다. 이곳에 정암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이다.

다시 시작하는 길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길이다. 바닷가의 밭에는 푸른 채소가 자라고 있는데, 배추가 아니고 호박이었다. 


농로를 가다가 모내기하는 이양기도 보이고 그 옆에 노인이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가까이 가면서 인사를 하니까 경운기를 타라고 한다.

가는 방향이 지금 경운기가 가는 곳과 같기에 올라탔다. 노인은 서해랑 길을 걷느냐고 묻고는 서동 마을까지 간다고 한다. 서동 마을에서 내리면, 서해랑 길이 지나는 곳을 안다고 하니까 안심하고 타고 가면서 아픈 발을 잠시나마 쉬게 했다.

서동 마을에 도착해서 경운기는 멈추어 서고, 나는 경운기에서 내렸다. 노인은 서해랑 길 가는 곳을 설명하면서 서동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뒤로 돌아서 가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도로 따라 올라가다가 교회에서 좌측으로 직선 길로 가면 된다고 한다. 노인은 길을 바르게 가면 되는데, 마을로 들어가 돌아서 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별로라는 것이다. 


노인의 말 한 길로 가니까 교회가 나온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교회 주변에 차들이 많이 주차해 있다.

그 교회에서 왼쪽으로 직선 농로를 따라서 가니까 다시 서해랑 길과 만나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만나는 마을이 참도 마을이고 이곳을 넘으면 참도 선착장이 나온다. 참도 마을의 간척지에도 염전이 보인다.


참도 선착장을 지나서 가는 길도 갯벌이 보이는 바닷길이다. 

이런 길을 다리가 아플 정도로 걷는다. 굽어다가 직선으로 가기도 하고, 지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길을 혼자서 걷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늘 먹던 우유와 빵을 먹는다.

메뉴가 늘 같지는 않다. 크림빵, 옥수수빵, 단팥빵, 카스텔라 빵, 보름달 빵 중에 하나니까 늘 같지는 않다. 제과점도 아니고 마트에서 파는 빵이다.


물은 배낭에 늘 넣어서 다니지만, 날이 덥거나 갈증이 심한 날에는 물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길을 가는 나그네들이 목이 마르면 동네의 우물을 찾으면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요즈음은 우물이 있는 동네가 없으니까 가게를 찾는다. 그런데 지금 도시 아니고는 가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갈증이 나면 사람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가 부탁해서 얻어 마신다. 그렇게 사람이 보이는 곳은 경로당이나 회관인 경우가 많다. 


지겨울 정도로 갯벌 길을 걷다가 리본을 놓쳐서 길이 없는 숲길을 올라가니까, 넓은 밭이 나온다. 

이렇게 넓은 호박밭을 보기도 처음이다. 

여기서 다시 앱을 보면서 길을 찾아서 헤매다가 만났다. 길을 걸으면서 계속 앱을 보면서 걸을 수는 없지만, 리본이 보이지 않는 것이 한참이면 길을 잘못 가고 있다. 리본이나 스티커를 붙어 있는 곳의 위치가 의미 없는 곳은 없었다. 


다시 찾아서 내려간 마을이 내양 마을이다. 바닷가에 있으면서 농토도 많은 마을이다.

이 코스도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아직도 논에는 양파가 평야처럼 심어져 수확하지 않은 곳도 보인다. 이 부근에서 신안군에서 무안군으로 넘어왔지만, 어디가 경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30코스 종점인 수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이 마을회관에는 노인들이 있어서 물을 얻어 마셨다. 바로 앞의 마을회관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문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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