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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Oct 23. 2024

메리라는 여성


메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언제까지라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171p


메리가 거주하는 남아프리카 지역은 식민지 상태로 인종차별적인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나 가난하기는 하지만 영국 출신의 부모를 두고 있는 메리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가난, 부모의 불화, 술주정뱅이 아버지) 직장 생활을 하며 친구들에 둘러싸여 남부럽지 않은 독신생활을 즐겼다.


평온이라면 평온이랄 수 있는 메리의 생활에 금이 간 이유는 우연히 엿듣게 된 친구들의 대화였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나사가 빠진 결함 있는 인간으로 메리를 몰았으며 메리의 평소 스타일까지 적합하지 않다는 발언으로 메리의 심경을 불편하게 했다. 실제로 메리는 나이에 맞지 않는 소녀 취향적인 옷을 고수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험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메리는 옷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남편감 찾는데 열중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관련된 메리의 개인적 특성들로 뒤늦은 결혼이 쉽지는 않았으나 농장을 운영하는 리처드 터너를 알게 되며 도시를 떠나 농장 안주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메리는 알지 못했으나 이 성급한 결혼은 메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부모의 재연이기도 했다. 가난한 남편과 불행한 아내라는


리처드 터너가 메리의 아버지처럼 술주정뱅이는 아니었으나 이상주의자에 불운을 타고난 남자로(무능하기에) 가난을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메리는 무능한 남편을 성실하게 돌보며 그 시대 여성에게 주어진 보조자역할에 머무른다. 남편에 비해 분석적이고 현실적인 메리가 농장일에 관여하는 것이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었겠으나 메리의 능력을 감지하는 남편은 기분이 상하고 남편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메리는 존경하는 남편의 자리를 리처드 터너가 찾아가기를 기다린다. 남편에 대한 실망과 도시생활과 비교되는 고된 농장 생활로 힘들어하는 메리에게 흑인 하인의 세심한 돌봄은 메리의 자아를 더욱더 분열되게 하며 시대와 불화하는 지점에 죽음의 구덩이가 깊이 파인다.


식민지 땅의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정책, 계급사회를 전제로 하는 물질만능주의, 시대가 부여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메리가 마음 써 본 적은 전혀 없으나 이런 것에 의해 메리라는 여성은 개인적인 불행을 맞으며 분열된다. 그녀가 알든 모르든 세상의 분열은 그녀 속에 있었고 그녀의 분열은 세상 속에 있었다. 어쨌든 메리는 죽어야만 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끌려다니기만 했을 뿐, 자발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346p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분열되어 파괴되는 두 여성

<풀잎은 노래한다> 메리, <19호실로 가다> 수전

도리스 레싱은 수동적인 여성의 종말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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