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는 않겠지만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도리스 레싱 같다. 책을 읽기 전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는 조금은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몇 권의 책을 읽고 나니 거미줄에 걸린 소녀였네, 도리스 레싱은이라는감탄일지 한숨일지의 숨이 새어 나온다.
도리스 레싱에 대한 관심은 작가이기보다는 엄마로서였다. 스무 살 초반의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어떤 심정으로 두 아이를두고 떠난 것일까. 너무도 가난하여 엄마, 돈 벌어올 게는 아니었다. 남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라는 영국 식민지 땅에서 영국 출신으로(부모가 영국인)공무원 남편을 두고 중산층 정도의 삶을 이루고 있었다. 도리스 레싱을 키운 부모 역시 남편(프랭크 위즈덤)과 두 아이(세 살 아들 존, 한 살 딸 진)를 떠난 도리스 레싱의 행동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과 소설 아닌 글로 구성하여 부모의 삶을 그려낸 <앨프리드와 에밀리>에는 독립을 하여 직장인이 된 도리스 레싱에게 원치 않는 간섭을 지속하는 어머니가 묘사된다. “ 그때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기분이었다.”라고 쓰고 있다. 도리스 레싱은 두 아이를 떠났다기보다는 어머니를 떠난 거였을 수도 있다. 실제 어머니와 어머니라는 용어 자체, 어머니를 연상하게 하는 모든 것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동정적이고 멋진 어머니였지만 도리스 레싱에게는 벗어나야 할 거미줄이 어머니였다.
도리스 레싱은 자신의 다른 책 <마사 퀘스트>를 ‘모녀간 전쟁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이야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다. “그 여자는 어머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결혼했다.”
십 대인 마사는 학업을 포기하고 집을 떠나 도시로 향한다. 어머니가 싫기 때문에, 어머니를 견딜 수 없어서
소설 속 마사와 비슷하게 도리스 레싱 역시 열다섯에 집을 떠나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한다. 두 아이를 낳은 후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 좌파 정치활동을 하다가 고트프리트 레싱과 재혼한 후 아이 한 명을 더 낳는다. 고트프리트 레싱과 이혼한 후에는 <풀잎은 노래한다> 원고를 들고 세 번째 아이 피터와 함께 남로디지아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여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도리스 레싱이 출간한 마지막 작품으로 전쟁 피해자로 부모를 회상하며 실패로 보이는 부모의 인생을 작품으로 다시 살게 한다. 아버지에게는 원하던 농부의 삶과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를 어머니에게는 아버지와 만나기 전 전쟁에서 죽은 의사 약혼자와의 결혼을 진행하며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여성으로 그려낸다. 활력이 넘쳐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었던 어머니가 그 활력을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떠나고 떠나고 떠나고
저항하고 저항하고 저항하고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거미줄에서 벗어나는 것이 구원이겠지
다른 이야기지만 도리스 레싱이 안주한 곳은 자식이다. ‘안주’라는 단어가 평생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면. 도리스 레싱의 세 번째 아이 피터는 청소년기에 정신병이 발병하고 도리스 레싱은 피터를 떠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당뇨병을 간병하던 어머니를 회상하며 도리스 레싱은 자신 역시 당뇨병 환자를 간병한 경험을 서술하며 ‘운명인지 카르마인지 기회인지’라는 표현을 쓴다. “운명인지 카르마인지 기회인지, 나도 내 어머니처럼 당뇨병 환자를 돌보는 처지가 되어봤기 때문에 그때와 달리 지금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비교할 수 있다.” 아들 피터가 당뇨병이었다.
엄마, 암컷 사마귀는 왜 수컷을 먹어?
책을 찾아보고 정확하게 이야기해 줘야 했으나, 나도의 질문에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엄마 생각으로는 아기를 위해서 인 거 같아. 암컷이 아기를 키우려면 영양분이 필요하니까. 수컷도 아기를 위해서 암컷에게 먹혀주는 걸 거야. 이것이 사마귀가 찾아낸 방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