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더현대 서울 전시전 후기

그 외 이번 연휴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by 카레맛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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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앞서 이번에는 도록을 사왔습니다. 이번 전시전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모네의 이름이 걸렸음에도 모네의 작품은 <수련> 하나밖에 없었지만 시슬레, 피사로, 르누아르와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도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주의가 벨 에포크 시대와 함께 성장하면서 미국으로도 전파되었다는 서술은 많지만 프랑스 화가가 아닌 미국의 화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서술하는 인문서가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미국의 화가들에 대해서도 함께 다뤄진다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image.png?type=w966 알프레드 시슬레 <빨래터>


다양한 작품이 나왔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부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시슬레의 <빨래터>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하늘의 구름이 펼쳐지는 형태는 유화 특유의 붓터치와 바람의 흐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어귀에서 내려오는 길목을 보면 좌측은 위에서 아래로, 가로선으로 붓터치가 되고 중앙부터 우측 부분은 좌에서 우로, 세로선 붓터치가 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길을 걷는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 목적지가 어디인지 암시적으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지금 마을 어귀에서 나오는 아낙네는 우측의 빨래터로, 마을 밖으로 수레를 끌고 나가는 남성은 좌측으로 향할 것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인상주의 작품은 붓터치의 흐름에 따라 광원의 배치, 선이 주는 안정감과 직진성, 이를 토대로 무엇을 암시하는가에 대해 감상자 나름대로 떠올릴 수 있어서 즐거운데요. 처음 이 작품을 마주하고 도록이나 책, 디지털 사진만으로는 접할 수 없는 유화 특유의 입체감, 물감의 덧댐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오늘 많은 이들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거리를 벌리고, 좌측에서, 우측에서 한참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던 작품이었네요.


00a2b99607752669ade678f28b0938f5.jpg 알프레드 스티븐스 <어머니>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알프레드 스티븐스의 <어머니>입니다. 그는 원래 인상파 화가로 꼽히지 않는 인물인데, 이 작품만은 예외로 인상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작품으로 우리가 흔히 인상파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특징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보니 이번 전시에서 함께했다는 도슨트가 있었네요.


제가 이 작품에서 놀란 부분은 다름 아닌 책끈 끄트머리에 걸려있는 둥근 책장식의 표현력이었습니다. 지금의 사진으로는 의자 위에 있는 둥근 장식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이게 뭐가 대단하냐? 하실 수도 있으실텐데, 실제 작품을 보면 검은색 계열의 둥근 장식 위에 흰 빛으로 아주 세심하게 빛의 반사를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저 얇은 장식이 물감으로 덧대지면서 다른 주위 사물보다 입체감을 띄는데요. 이를 통해 순간적으로 마치 물방울이 그림 위에 얹어져있는 듯한, 투명하고도 입체적인 감각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디테일한 묘사를 했을까, 분명 어머니와 아기가 메인이 되는 작품임에도 이런 부가적인 사물의 묘사에서 저는 큰 감명을 받았고 그 부분을 본다고 한참이나 위로, 아래로 움직이면서 작품을 감상했네요.


1708381377230-BpE8zn5b2e.jpg?width=1200 조셉 H 그린우드 <녹아내리는 눈>
base_13931216.webp 차일드 하삼 <비오는 콜롬버스 에비뉴>


그리고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들에 대해서도 다뤘으니 그들의 이야기도 분명히 해야겠죠. 제가 인상깊게 본 작품은 <녹아내리는 눈>과 <비오는 콜롬버스 에비뉴>입니다.


먼저 위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지금 보이는 그림 상으로는 굉장히 어두워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밝은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좌측 상단에 광원이 배치되어 그림자는 좌에서 우로 깔리고 붓터치는 언덕을 따라 강변으로 시선이 집중되게끔 세로선으로 터치가 이어집니다. 그림자의 형상은 광원의 배치에 따라 굉장히 디테일하게 깔리게끔 노력했고, 와중에 보이는 세로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엄숙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으로 갈수록 흐릿하게 표현되는 나무의 선들과 가까이에 있는 디테일한 강물의 묘사는 마치 제가 눈 쌓인 산길에 흐르는 냇가 언저리에 서서 멀리를 내다보는듯한 감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거기에 배경 끝 지평선의 묘사도 굉장히 디테일한데, 이거는 실제 작품을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오는 날의 콜롬버스 에비뉴>는 <녹아내리는 눈>과 정반대의 감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어둡게 깔리는 배경과 갈색빛을 띄는 벽돌집, 자박하게 깔린 물의 묘사는 당시 거리의 배수 상태, 그리고 비오는 날의 거리가 주는 감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산을 쓰고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어두운 모습은 칙칙한 거리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물에 반사되는 미묘한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유화로 표현할 수 있는 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가로, 세로, 곧게 뻗어진 선들에서 마차 바퀴, 말발굽소리, 그리고 빗소리만 존재하는 거리를 떠올릴 수 있었고 흐리게 표현된 뒷배경에서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미국에도 뿌리내렸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외에도 좋은 작품이 많았습니다. 부댕의 <트루빌 항구, 항구 수리>에서 보여주는 좌상단에서 시작되어 우측으로 퍼졌다가 우상단으로 뭉치는 하늘의 묘사라던지, 제가 살면서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을까 싶었던 모네의 <수련>이라던지, 그린우드의 또다른 작품 <사과밭>이라던지, 11시 20분에 입장해서 거진 2시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전시전을 둘러봤네요. 물론 저는 작품을 가만히 쳐다본다고 조금 오래 걸렸고 사진을 찍으며 가볍게 둘러보시는 분들은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만한 전시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사진으로 보인 도록은 40,000원입니다. 하드커버의 양장본에 내부 종이도 두꺼운 재지로 만들어진 도록은 만져보는 이로 하여금 고급스러움이 느껴져서 작품을 감상한 후에 구매했을 때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똑같은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지난 전시전, '서양 미술 800년전'의 도록이 18,000원에 무선제본, 잡지와 같은 코팅지와 좋지 못한 재지를 사용했어서 그때 차라리 가격을 올리더라도 도록의 퀄리티를 높이면 좋겠다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많은 인기를 끌 것을 예상했는지 도록의 퀄리티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높아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퀄리티가 높아진 만큼 가격도 2배 이상으로 뛰었지만요... 그래도 그라운드 시소에서 보였던 '유토피아 노 웨어 나우 히어'의 도록이 가격에 비해 높은 퀄리티를 보였다 생각하면 납득하고 살만한 가격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요즘 도록들이 하드커버 양장본의 경우 보통 35,000원 선에서 시작을 하니까요.


제 짧은 식견 기준에서는 좋은 전시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네의 이름이 메인 타이틀에 올랐지만 막상 그의 작품이 <수련>하나인 점은 분명 불만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평소 미술사에 대해 가볍게 관심을 가지면서 프랑스에서 시작된 인상주의가 미국에는 어떤 영향을 펼쳤는가, 거기까지 관심을 가지는 관람객이라면 분명 만족할만한 전시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현대에서도 앞으로 이런 전시전을 더 많이 열어주면 좋겠네요. 전시전은 5월 26일까지, 앞으로 20일 남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전시전에서 무료로 도슨트가 풀린 것과 달리 이번 전시전 도슨트는 3,000원으로 유료입니다. 현대 H.포인트 앱을 이용하면 전시전 티켓을 25% 할인받아 15,000원의 가격에 입장이 가능한데 홀로 작품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싶으시다면 도슨트 가격까지 실제로는 18,000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도슨트는 더현대에서 늘 선보이는 수준으로 작품에 대한 간단한 감상과 역사, 전후 이야기를 1분에서 2분 남짓으로 16개의 작품을 다뤄주고 있습니다. 귀가 심심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족하고 들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술사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라면 다소 심심한 도슨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막간으로 이번 연휴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F1 마이애미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 이른 시간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고, 이른 시간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고를 반복하다보니 몸 컨디션이 엄청 좋지는 못했습니다. 새벽 5시에 경기를 하는 미국놈들은 대체 얼마나 부지런한건지... 다행인 점은 연휴가 낀 기간에 있었던 경기다보니 다음 날 억지로 잠을 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아침에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 정도일까요.


요즘 한국에도 F1 팬이 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거 F1을 본다고 이야기하면 혹시 한국 이종격투기 말한 거냐고 되묻는 분들이 더러 있었는데 요즘에는 "아~ 그 자동차 경주?" 정도까지는 올라왔더라고요. 그리고 레고에서도 F1 레고 팝업 스토어와 더불어 레고 스토어에 F1 차량을 최선두로 배치하는 등 F1 주력 시청자층에 대한 어필을 꾸준히 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국내에 시청자층부터 어느정도 들어본 인원까지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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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뺑반>의 이 대사와 추후 F1 드라이버를 추격하는 전개는 아직도 여러가지 의미에서 웃음을 자아낸다고 생각이 드네요. 영화는 이 짤로 많이 노미네이트된 것과는 달리 시원하게 망했지만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으니 연휴동안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노량-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와 <나이브스 아웃>을 시청했습니다. 노량에서는 아예 해전에 모든 포인트를 투자하기로 결심했는지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에서 100분가량을 해전에만 투자했습니다. 특히 해전 시작부분에서 묘사되는 불화살, 신기전, 대장군전의 표현력은 그야말로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듯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대장군전, 저는 솔직히 이게 묘사된 영화를 많이 못봐서 몰랐는데 영화에서 무슨 전봇대를 발사했다는 주위 지인들의 말이 이해가 가는 묘사더군요. 사실상 현대의 철갑탄, 대함미사일을 만들어 쐈다고 해야하는 수준의 물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익히 아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유언,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이 부분을 어떻게 묘사할지 정말 궁금했는데 감독 나름대로의 고뇌가 담긴 연출이었다고 생각해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이순신 3부작의 1부와 2부는 신파극이 아니냐는 혹평을 받을 정도로 마지막에 한국식 신파가 끼어들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감정선을 최대한 절제하고 표현하고 싶은 걸 담았다는 느낌을 줘서 오히려 예전보다 이런 포인트는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나이브스 아웃>은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고전적인 추리영화입니다. 주인공 브누아 블랑은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 에르퀼 푸아로와 더 설명하면 입 아픈 이쪽 계통의 대표 탐정 셜록 홈즈를 반씩 섞어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탐정으로 때로는 진중한, 때로는 다소 오버스러운 역할을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스토리는 처음 범인을 보여주고 탐정과 죽은 이의 추리, 트릭대결과 같은 구도로 흘러가나 싶지만 하나씩 깔렸던 복선과 서술트릭을 풀어내면서 마치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감상을 줍니다. 그리고 모든 트릭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 후에 수미상관으로 끝나는 구조는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책을 읽는 듯, 깔끔한 기분을 들게 해주죠.


저는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고 또 기다렸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이 나왔던 당시에 이미 한 번 봤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 작품을 다시 본 이유는 첫 째, 이후에 이와 유사한 작품이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드라마의 형식으로 나온 작품들이 많았고 둘 째,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시작되는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는 넷플릭스에 풀리지 않았으며 셋 째, 이후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나왔고 올해 3편까지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에 최근 극장에서 내려온 <승부>가 넷플릭스에 풀린다는데 아마 이번 주말에는 <승부>와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보지 않을까 싶네요.




글이 또 엄청 길어졌습니다! 앞으로 읽기 편한 존대로 글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서평은 평소처럼 써내려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주간 독서노트는 다음 주말에 올라갑니다. 월초에 리뷰/프리뷰를 쓰면서 독서노트까지 같이 연재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리뷰/프리뷰가 너무 길어지고는 해서 쓰고 난 후에 도저히 다른 글을 쓸 힘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읽는 책의 양이 늘어날수록 써야할 글이 길어져 솔직히 나눠서 써야하나, 생각도 여럿 드네요.


다음에도 또 쓸만한 일상 글이 있으면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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