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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Jan 20. 2023

노약 좌석에 앉으면 벌어지는 일

출근 버스에 올라탔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된 탓에 버스 안이 한산한 편이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출근길을 서두르는 발걸음이 있기로, 버스카드를 찍자마자 눈치 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이 시간대는 대체로 노약좌석의 착석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운 분위기인데, 이를 활용하여 다리가 아픈 척 슬그머니 노란색 의자에 앉아버렸다.


곧장 눈을 감고 조는 행색을 했다. 어디선가 버스가 멈추는 움직임이 느껴졌고, 감은 눈가 사이로 신선한 공기가 흐른다. 다리를 질질 끄는 무거운 소리가 귀를 찌른다. 그 소리가 가까워진다. 한 발, 두 발, 세 발. 나의 곁에서 세한 기척이 느껴진다. 뒤이어 노인 둘의 목소리가 거칠게 웅성거린다. 나는 눈을 더욱 꼭 감는다.



“요즘 것들은, 쯧.”

“내비둬. 요즘 사람들도 아픈 건 아파.”

“나 때는 노인들만 보고도 얼른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고 그랬는데 말이야.”

“그때는 우리가 젊고 힘이 좋아서 그런거지. 요즘 젊은이들 봐. 얼마나 세상사에 찌들어 있어? 가끔가다 안쓰러워서 내가 자리를 양보해주기도 한다니까. 젊은 사람들 인구수도 줄어든다는데 우리 늙은이들이 잘 대우해줘야지.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이랄 게 뭐 있겠어?”



버스가 다시금 타이어를 굴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마음도 버스를 따라 울컹거린다. 요즘 것의 눈이 쉽게 뜨여지질 않는다. 젊은이의 미래가 노약좌석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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