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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르 Mar 20. 2022

문학이란 무엇인가

첫 수업 날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평소에는 이런 것이었다. 어떤 소재를 만났을 때 그 너머의 것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려 하는 것.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감각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 중에서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조금씩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소설을 쓰는 것과 읽는 행위 모두를 포함하여)이 문학이며 소설이지 않을까.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섬세한 눈과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묘한 감정들과 차이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그 순간을 포착해 글로 풀어가고 순간을 묶어두기 위해서. 나만의 이야기에서 모두의 것이자 각자의 것인 이야기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소외된 사람들과 감정들, 다가가기 어렵고 복잡한 그래서 마주하기 두려운 마음들을 품어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은 세계를 명명하지 않는다. P17 

시에서는 의미도 역시 자연적인 것이 된다. 말 하나하나가 지니는 고유의 속성이다. 

말 속으로 흘러들고 말의 음색이나 모습에 의해서 흡수되어 어두워지고 흐려진 의미는 그것 역시 자생적이며 영원한 사물이다. P19

상황을 드러낸다. 상황을 바꾸기 위하여 나 자신과 남들에게 상황을 드러낸다. 이제 나는 스스로 상황을 다룬다. 좀 더 깊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또 이와 동시에 세계로부터 솟아오른다. p31 

-장 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것은 문학이란 사물이나 대상을 언어에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언어와 대상을 분리하고 재창조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는 문학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체험이 더해지면서 작품이 하나의 이미지와 의미가 아닌 각자의 온도와 분위기로 읽히며 다른 여러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학은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본인만의 공감과 위로, 연대와 책임을 발견하게 되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컥함이나 먹먹함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일렁임을 따라가며, 울림의 순간들을 사유하는 시간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상황을 드러낸다.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우리의 눈앞으로 가져오고 문제를 인식하게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무언가를 던질 수 있는 사람, 읽는 이에게 어떠한 종류의 감정들을 피어나게 할 수 있는 사람. 어떤 것을 말하고 어떤 부분에서 침묵함으로써 어떻게 말할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작가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하고 무한한 세계에서 특정한 부분을 집어내 나의 세상과 타인의 세상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것이 문학을 읽는 이유이자 기쁨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무리 대단하고 강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소속되어 있고 연결되어있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소설이 바로 그 연결 지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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