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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선생 Jan 15. 2023

육아, 가사 업무분장에 실패했습니다.

평화롭게 육아와 가사를 나누고 싶어요.

막내아들의 몸무게가 16kg을 넘은 순간 아들 둘과 몸 놀이가 두려워졌습니다. 매일 던지고 받고 뛰고 잡고 안을 때마다 몸이 서서히 고장 나는 것 같았어요. 남편에게 아들 둘 전담의 힘듦을 토로했고, 남편과 육아 업무를 서로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여보 애들 들고 안는 것 너무 힘들어. 내가 막내딸 육아를 맡으면 안 될까?' 아들 둘과 아빠가 자동차 놀이를 신나게 하고, 막내딸이 엄마를 많이 찾자 주 양육자를 바꾸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의견을 들은 남편은 '막내딸이 많이 크고 편해지니 남의 떡이 커 보여 전담을 바꾸자고 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대요. 간파 당했네요.

그래도 남편은 주 양육자 교환 의견에 긍정을 내비쳤습니다. 주 양육자 교환 협상은 예상보다 팽팽하게 이어졌고 의견을 좁히기 힘들었습니다. 육아로 피곤한데 몇 날 며칠 동안 업무분장 논란이 이어지니 오해가 생겨 부부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아들 둘을 재우기만 하란 거 아니었어? 목욕까지 하라고?' 또는 '그 일 줄게. 식사 준비까지 가져가'라며 상대의 노고를 깎아내리고 나의 업무를 얹어주는 데 혈안이 됐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 '어떻게 나눠 자면 좋을까'라는 주제로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아직 요일 개념이 없는 둘째 아들과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헷갈리는 첫째 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서 '화, 목, 금요일에 엄마와 자고 월, 수 요일엔 아빠와 잡니다'라고 정했습니다. 과연 새로운 약속은 잘 지켜졌을까요? 아이들은 매일 밤 엄마를 찾으며 울다 자고 도중에 깨서 엄마 옆을 찾아왔습니다. 이러다 애 잡겠어요.

겨우 업무분장을 끝냈습니다. 어떻게 협상했을까요? 예상하셨듯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고부터 아들들이 상실감을 느낄까 봐 제가 아들 둘을 집중 케어하고 남편이 신생아 딸 육아를 전담했는데,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나 봅니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가 자르는 대로 붙이는 대로 자라는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부모가 어떻게 하면 수월하게 육아할 수 있을지 침 튀기며 의논해도 아이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더라고요.



2주간의 불꽃 튀던 논쟁이 무의미하게 끝났지만, 이번 논쟁으로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남편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요구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남편은 육아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최선을 다해 육아하는데 인정받지 못해 서운하다, 해봤자 보람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최근엔 '당신이 하는 말을 들으면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을 화나게 하려는 의도는 단 1%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사랑을 잃어서 슬펐고 해결법을 몰라 답답했습니다. 홀로 속앓이를 하던 중 제게 딱 맞는 책을 찾았습니다. 남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깨달았지요.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언어에 따르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랑의 언어 중 '인정하는 말'을 듣고 만족을 느낀다고 합니다. 가정에선 '와 집을 어떻게 이렇게 싹 치웠어?', '아이들이 아빠랑 노는 것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당신이 애들 아빠여서 너무 행복해'라며 남편의 노고를 높이 사고 감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남편에게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라 어렵지 않았어요.
저의 약점은 화가 나거나 바쁘면 남편의 노력을 싹 빼고 부족한 점만 말하기 바쁩니다. '식판 씻었어?', '막내 양말 안 신겨서 감기 걸린 거 아냐?', '젖병 하나도 없어'라며 잘못된 부분을 끊임없이 찾아냅니다. 그래서 남편도 저와 논쟁을 할 때마다 서운함, 분노를 느끼고 의욕을 잃었을 것 같아요.

부부 관계가 삐걱댈 때마다 아들 둘 생각이 납니다. 사랑하는 아들들이 엄마와 논쟁할 때마다 분노를 느낀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아요.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편이 사랑을 느끼는 언어를 이해하고 다시 사랑을 되찾고 싶어요.
그 첫걸음으로 인정하며 요구하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여보 피곤한데 설거지하느라 너무 고생했어요, 그런데 아이들 물병도 확인해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헹궈서 보낼게요'라고 얘기해 보려고요. 아이를 키우면 많은 순간에 남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그에게 많은 요구와 평가, 상처를 줄 수도 있지요. 힘들고 화나는 순간에 더 인정하고 존중해서 견고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아빠를 닮은 아들 둘은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스킨십, 서비스(봉사) 중 어떤 사랑의 언어에 감동하게 될까요? 아빠를 닮아 인정하는 말에 사랑을 느끼게 될까요? 혹시 지금처럼 엄마의 서비스,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선호하는 건 아니겠지요? 가족관계에 먼지가 앉을 때 서로에게 전하는 사랑의 언어는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 같습니다. 그때를 대비해 꾸준히 연습하고 기록하겠습니다. 세 남자와 성공적으로 사랑의 언어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번 육아 업무분장으로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한결같이 부드럽고 친절한 아빠로 남아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도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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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엄마 #욱하는아내 #사랑의언어 #게리채프먼 #인정하며요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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