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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선생 Jan 22. 2023

아이가 셋이지만 친구와 여행은 가고 싶어

결혼해도 출산해도 육아해도 그녀를 잃을 수 없어


인간은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생존의 의미를 갖는다. 내겐 가족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지만, 가족 외에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친구가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이 사회에서 자신 있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비록 애가 셋이고 미취학 영유아지만, 가족 외에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공감하는 시간을 만든다. 특히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그녀와의 시간은 꼭 사수한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그녀와 평생 갈 것 같았다. 낯선 타지에서 경상도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데 수줍은 하고 잡이 성향까지 비슷해서 우린 순식간에 절친이 되었다. 소개받은 날부터 숙소에서 한 침대를 썼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2주간의 교원 연수 기간 동안 대전 숙소와 공주 연수원을 오가며 설레는 첫 출발을 함께 했다. 그때 먹은 구수한 청국장과 공주 막걸리는 9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그녀는 정말 운명의 짝꿍인 건지 상의 없이 집을 구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였다. 우린 일주일 중 3일을 붙어 다니며 직장과 대전에 적응했다.


'은이야, 나는 왜 이렇게 대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 어렵노?'


'맞제. 대전 사람들이 벽치는 게 느껴지제? 어떨 땐 내혼자 오바떨다가 반응 없어서 상처받는 다이가.'


우리가 남이가? 니끼 내끼고 내끼 니끼지! 화끈하고 솔직한 경상도 아가씨들은 타지 생활에 좌충우돌하며 서로에게 의지했다. 수줍은 하고잡이라 붙어 다니는 김에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며 타지로 출장 겸 여행을 다녔다. 그녀는 좋은 여행 메이트였고 결혼 후에도,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그녀와 국내와 국외를 오가며 여행했다.



나의 이른 결혼과 타시도 이동, 반복된 출산으로 그녀와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녀도 학업과 야학 봉사로 바빠서 힘들게 시간을 맞춰 만나도 순식간에 헤어질 시간이 왔다. 고민하다 우리에게 딱 맞는 만남을 찾았는데, 바로 대전 근교 속성 여행이다. 금요일 오후에 대전 근교 맛집에서 그녀와 저녁을 먹고 근처 시장에서 야식거리를 사들고 숙소에서 술과 야식을 곁들이며 지난 근황을 나눈다. 숙소에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근처 유명 관광지를 한두 군데 둘러보고 그녀와 헤어진다. 토요일 오후께 집에 돌아가서 나는 아이들을 도맡고, 남편은 이어서 휴식시간을 가진다. 그녀도 집에 돌아가 학업 과제와 가족 일정을 소화하며 남은 휴일을 여유롭게 보낸다. 시간 부담 없이 그녀와 근황을 나누고 추억도 쌓기에 딱 좋은 일정이었다.


우린 여행지에서 만나면 서로 근황을 전하고 자랑 시간을 갖는다. 자랑은 아주 사소한 것들인데, 최근에 받은 연수에서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든지 불편한 사람과 오해를 풀었다든지, 학생들과 있었던 기분 좋은 이야기 들이다. 각자 만족하고 자랑하는 지점이 달라서 그녀의 시각에서 일상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어떨 땐 그녀와 헤어진 후에도 그녀의 자랑거리가 떠올라 하고픈 말을 전화로 전하기도 한다. 이 자랑 타임이 좋아서 그녀와 만나기 전에 귀엽고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모은다. 따뜻한 대화와 웃음이 모여 우리의 여행과 관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너네 부부는 각자의 시간을 가져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인가 보네' 곽 언니의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진짜 천생연분인가 봐요'라고 대답했다.


5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내가 큰 아들을 낳고 친정에서 몸을 푸는 동안 남편은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다. 아이가 걷고 넘어지는 시기에도 남편의 여행은 계속되었고 자유 남편에 대한 논쟁은 끝날 줄 몰랐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으로 나도 자유부인 마일리지를 쌓고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걱정되어 안절부절못했지만, 생각보다 잘 해내는 남편과 즐겁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이젠 아이 셋을 맡기고 떠나도 든든하다.


우리 부부는 가족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로서 지내는 동안 에너지를 얻는 팀이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에 대해 소통하고 시야를 넓히며 정체성을 발견한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며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럴수록 가족과 그녀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쌓으며 마음 벽을 튼튼하게 만든다. 내가 자신 있게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나도 더 튼튼한 마음으로 그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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