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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선생 Feb 21. 2023

6살 많은 남자와 같이 삽니다.

불혹이 된 남편에게 날개 옷을


한국 나이 서른넷, 만 나이 서른둘. 올해야말로 삼십 대 중반으로 꺾이고 본격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1년 사이에 방광염, 관절염, 치주염 등 새로운 염증을 많이 앓았습니다. 병원에 자주 방문하게 되니 체력과 자신감이 점점 떨어집니다.ㆍ



세월이 갈수록 남편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 짝꿍은 저보다 6살 많은 인생 선배로 그의 삶이 곧 제 미래거든요.

만 32살은 남편이 첫아이를 품에 안았던 나이입니다. 20대 중후반의 빠릿했던 저는 틈만 나면 누우려는 남편을 아니꼽게 바라봤었지요. 6년 전 짝꿍이 첫째 아들을 키우며 대상포진을 앓았을 때 눈치 주고 쪽잠 자게 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에서야 늘 충분히 자고 아프지만 마시라고 넌지시 말합니다.



올해 남편이 불혹이 되었습니다. 40대에 들어 생각이 많은 모습입니다. 벌써 경력 15년 차로 중견교사가 되었네요. 남편은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지 이룬 것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낳고 이만큼 키워서 지난날에 미련이 없다는 결론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친구 모임으로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던 남편을 꼬셔 아이 셋을 낳고, 나무꾼이 그랬듯 남편의 날개옷을 숨겨 날아가지 못하게 막은 것 같아 미안했거든요.


 

'여보 40대 되니 어때?' '응 40대라 무기력해ㅋ'

그의 농담에 웃지 못했읍니다.

요즘 남편은 부쩍 영양제를 잘 챙겨 먹고 눈이 잘 안 보이고 아프다며 안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또 마음이 허한지 아이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더 애쓰는 모습입니다.

남편이 가정적으로 바뀌면 무조건 좋을 줄만 알았는데 집에만 머물러서 더 기운을 잃진 않을지, 내 잔소리로 상처 주진 않을지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하늘을 날아가겠다고 말하면 날개옷을 꺼내주겠어요.



6살 많은 남편과 살다 보니 저도 남편의 시계만큼 6년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남편이 인생 고민을 시작하면 저도 덩달아 어떻게 살지 머리를 싸매게 됩니다. 아이가 셋인 덕분에 육아를 핑계로 사십춘기를 위한 육아휴직과 욕심쟁이를 위한 시간선택제를 시작했습니다.

같이 느슨한 일상을 보내며 어떤 인생을 목표하게 될까요?

우선 올해는 돈보단 건강을 목표로, 직장과 개인 과제를 쉬며 가정을 재정비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맘 편히 건강한 2023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밤도 평안하세여.




#나이차많은부부 #다자녀 #건강이최고 #아프지말자 #즐겁게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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