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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선생 Feb 26. 2023

34세에 꿈을 찾았습니다.

하던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1970년생 100만 명
1980년생 86만 명
1990년생 65만 명
2000년생 64만 명
2010년생 47만 명
2022년생 25만 명


연도와 인구만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금방 아시겠지요. 50년 전과 대비하여 1/4 토막 난 출생률입니다.


아이들을 고객님으로 모시는 교사 부부는 낮은 출생률을 보며 먹고 살 걱정을 합니다. 철밥통 공무원이라 하지만, 고객님이 줄어드는데 일할 자리가 남아있을까요? 10년 뒤엔 많은 학교가 통폐합하고 공교육 대신 개별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교육, 인공지능 교육으로 나누어질 수 있겠지요.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지난겨울부터 시작한 책 쓰기 모임에서 '프롤로그 쓰기' 과제를 받았습니다. 글을 쓰며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고 싶어 가입한 모임인데 2주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특수교육 쪽으론 지식이 부족하고 민원이 두려워 하고 싶지 않았고 육아, 결혼, 절약하는 삶 심지어는 성인물까지 생각을 해보았어요. 머릿속 화두인 영유아 육아와 부부 관계를 선택하고 프롤로그를 쓰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는 저도 재미없고 막막한데 누가 읽어줄까요? 그래도 글쓰기를 멈추면 도태된다는 불안함에 정체 없는 글을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정체성 혼란으로 괴로워하던 중 우연찮게 꿈을 찾게 되었습니다.
세종 예술의 전당에선 종종 무료 공연을 선보이는데요. 이번엔 현대자동차에서 후원하는 '함께'라는 공연을 예매하였습니다. 자그마치 뮤지컬 배우 '카이'가 출연하여 돈키호테, 벤허 등에서 불렀던 노래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시각장애인 가수 이동우 씨가 출연한다고 했지만, 흘려 넘겼지요.
공연 당일이 되어서야 공연 정보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합동 공연이네요. 텐텐 파이브에서 활동했던 시각장애인 가수 이동우 씨와 뮤지컬 배우 카이가 출연하네요. 작은 즐거움을 기대하고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첫 곡은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 오케스트라,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되었습니다. Karelia: Suite For Orchestra, Op. 11: III. Alla marcia란 곡입니다. 즐겁고 힘찬 선율과 발달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마치 특수학교에 와있는 것 같았어요. 거침없고 힘찬 가운데 순수하고 섬세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연주도 환상적이었지만, 배경으로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역동적인 그림이 이어져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바이올린, 하프 등 각종 악기 요정들이 이루는 오케스트라, 하늘을 나는 코끼리, 오색구름으로 이루어진 하늘을 보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떠올라서 한참 웃었습니다. 아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고집, 신변처리,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들에 지친 저의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연신 감탄사만 내뱉으며 푹 빠졌던 첫 번째 곡이 끝나고 캐논 변주곡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연주의 어딘가 이상했어요. 오묘하게 박자가 어긋났습니다. 리드하는 악기 연주자들이 조금 위태해 보였지요. 그 연주를 따라가는 오케스트라의 포용력이 대단했어요. 연주 방향을 조금 벗어나면 다시 도닥이며 함께 가고, 빨리 가면 다시 돌아왔습니다. 연주가 마무리될 때까지 숨죽이며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생애 처음으로 정신없이 푹 빠져들었던 최고의 연주였습니다. 동행하는 삶을 그린 걸작이었어요.




사람 사이에 완벽한 관계는 없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삐걱대며 맞춰가고 잘 흘러가다가도 넘어지는 건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완벽하게 우리 반을 아우르지 못하는 제가 부끄러웠고 이를 지켜보는 특수교육 실무사님의 시선이 두려웠어요. 또 학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서 집에서 정신없이 해치우는 엄마로서 곧게 서있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길을 기웃거리는 제게 아트빌리티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서로 도와가며 바른길을 찾아 헤매는 게 인생이지. 내가 힘든 것도 당연한 거야.

라고 깨닫게 해주었어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기발한 생각, 의외의 구석에서 능력을 발견하는 기쁨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길은 특수교육이었어요.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분야도 특수교육이고요. 고객님이 줄어들고 오래 할 수 없을지라도 특수교육에 매진해 보려 합니다.
챗GPT로 어떤 분야든 인공지능만 있다면 전문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화합으로 완성되는 특수교육은 더욱 빛을 발할 것 같거든요.


앞으로 세상은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돕고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한다고 합니다. 나와 주변의 장애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여, 결여됨이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을 때 가장 큰 의미를 느낄 것 같습니다.
어떤 주제로 특수교육을 풀어나갈지 기대돼요!

다음주면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이번 학기엔 도움을 드리는 사람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함께 고민해 보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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