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선유 -
눈은 흔적도 없이 녹은 지 오래
마음에도 바람이 살랑이지만
꽃은 핀 것이 없고
봄은 아직입니다
올 듯 말 듯 더디 오는 봄에
나는 꽃집에 가서 봄을 삽니다
노랗고 환한
봄을 삽니다
올망졸망 사랑스러운 봄을
팔에 가득 안아들고
당신에게로 향하는 길엔
본 적 없던 빛이 채워졌어요
걸음마다 앞서 품 안의
봄이 길을 열어주었고
걸음을 뗀 자국에는 보드라운
봄볕이 모여들었지요
봄의 기운으로 평소처럼
문을 열었을 때
봄의 기운으로 평소와 다르게
아이처럼 웃던 당신
나의 팔에 안겨있던 봄을
당신에게 전합니다 당신의
그 환한 얼굴이 보고 싶어서
나는 봄을 삽니다
2023년 3월 8일/ 수요일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끌어당길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해
당신과 함께 하는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