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선유 -
가만 생각해 보면
옛적의 나는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를 보았는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어떤 삶이었는지
모든 것이 희미하다 격랑의 중심에서 어지러웠는데
그때 나의 영혼은
고요히 잠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눈을 뜬 채 잠들어 있고
주어진 곳을 응시한 얇은 동공 위로
냇물처럼 잔잔히
나이가 흘러가버린 모양이다
깨어난 이후로
진정 깨어난 이후로
나이를 셈 한다면
나는 몇 살쯤 살아갈까
깨어난 이후로
진정 깨어난 이후로
한 백년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얼 하며 살아갈까
아직도 자궁안에 엎드려있는 나,
언젠가 태어난다면
맑은 눈빛으로
선명한 눈빛으로
그렇게 한 백년 살고 싶다
언젠가
깨어날 날을 위해
지금은
엎드려 있습니다
언젠가
진정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지금은
간절함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