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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Jul 25. 2023

하루 인생 17

마음에 드는 시간

    켜켜이 쌓아둔 브런치의 글들이 나를 품어준다. 아마도 그만큼의 시간이 쌓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서관에 찾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고 문득 생각나는 카페에 들러 늘 주문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이렇게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왔는가에 관하여 적어온 시간의 궤적을 훑다 보면 "그랬구나,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왔구나." 하며 절로 스스로를 위안하게 된다. 약간은 게을러도 어느 누구 하나 닦달하지 않는 이 공간, 이 순간이 참 마음에 든다. 누구를 위한 글이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마음이 보태져서였을까. 글에 자주 등장하는 정든 사람의 향이 뭉근하게 피어오른다.


     일주일 뒤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려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아 선잠을 지새우는 요즘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시간과는 관계없이 밀도가 그만큼 컸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한 마디로 그간의 경험들을 정의할 수 있겠느냐마는 "고마웠다."는 한 마디에 그간의 경험이 어느 정도 공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참 고마웠던 사람들. 눈앞에 떠오르는 무수한 사람들의 얼굴이 별빛처럼 끊임없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한국에 돌아가면 조금은 알게 될까? 나는 나인데 이전의 나와는 다른, 아니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의 시작보다 매듭의 모양새를 알맞게 지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종종 의식한다. 그런 나에게 남은 일주일은 참 소중한 매듭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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