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아둔 브런치의 글들이 나를 품어준다. 아마도 그만큼의 시간이 쌓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서관에 찾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고 문득 생각나는 카페에 들러 늘 주문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이렇게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왔는가에 관하여 적어온 시간의 궤적을 훑다 보면 "그랬구나,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왔구나." 하며 절로 스스로를 위안하게 된다. 약간은 게을러도 어느 누구 하나 닦달하지 않는 이 공간, 이 순간이 참 마음에 든다. 누구를 위한 글이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마음이 보태져서였을까. 글에 자주 등장하는 정든 사람의 향이 뭉근하게 피어오른다.
일주일 뒤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려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아 선잠을 지새우는 요즘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시간과는 관계없이 밀도가 그만큼 컸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한 마디로 그간의 경험들을 정의할 수 있겠느냐마는 "고마웠다."는 한 마디에 그간의 경험이 어느 정도 공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참 고마웠던 사람들. 눈앞에 떠오르는 무수한 사람들의 얼굴이 별빛처럼 끊임없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한국에 돌아가면 조금은 알게 될까? 나는 나인데 이전의 나와는 다른, 아니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의 시작보다 매듭의 모양새를 알맞게 지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종종 의식한다. 그런 나에게 남은 일주일은 참 소중한 매듭의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