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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앙로즈 Jul 06. 2021

공포의 도가니, 7월 1일의 호찌민시

코로나 지역 확산을 처음 겪고 있는 도시


시작부터 큰 확산, 이곳은 카오스

저는 베트남 호찌민시 2군 (이제는 투득시) 안푸에 거주 중입니다. 이곳의 코로나 상황은 한국의 1년 전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1년 동안 베트남 국민들은 외신을 통해 본 것은 있지만 겪은 적은 없었어요. 의료 시설도 열악하기에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가 지역 확산이 되지 않도록 환자가 발견되는 족족 잡아가기에 급급했고, 국경은 진작에 닫았습니다. 델타 변이 이후 유입된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고 폭발하듯 터져 버린 지금, 카오스에 빠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못 찾아 헤매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확진자가 2명 나왔습니다. 숨어 있는 위험성을 생각해 보면 이 숫자는 이곳에서는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그 마트는 급히 문을 닫았고, 다음날 밤이 다 되어서 시에서 공문이 나왔는지 한밤중에 제가 사는 아파트 사무실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구역별로 검사소를 지정했으니, 그곳에 방문해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죠. 샘플 채취라 했어요. 자야 할 시간이 다 되어 이메일을 받은 것이기에, 지난번처럼 귀찮은 일이 생겼다 생각하며 일단 잠이 들었습니다.



검사받으려다 걸리게 생긴 1년 전 코로나 검사

저는 지난번 다낭의 코로나 에피데믹 때 하필, 마침, 다낭에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에 다녀온 사람은 거주지에 신고를 하라고 해서 했고, 그곳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2주의 자가격리를 얻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로부터 이틀 내로 검사를 받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여는 임시 검사소를 방문하라는 전화 통보를 받았어요. 아무런 증상이 없음에도 강제로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어요.


아이들까지 데리고서 아침 일찍 가는 건 힘들었기에 10시쯤에 갔는데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줄을 다닥다닥 붙어서 서 있었고,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저희 바로 앞에서 키트가 끝난다고 집에 가라는 통보를 듣고서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안 기다려도 되게 진작에 좀 알려줬어야지! 화가 나더군요. 다음날에는 아침도 거르고 일찍 나섰는데, 줄 서서 번호표를 겨우 받았지만 번호를 하도 작은 소리로 불러주는 터라 위험하게도 가까이 모여 있어야 겨우 번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적은 인적사항 기록표는 누가 썼는지 제대로 쓴 건지 검사조차 하지 않았고, 그들은 검체와 인적 자료를 대조하지도 않았습니다. 순서가 한번 밀리기라도 하면 일치하는 자료가 하나도 없을 텐데도 말입니다.


검사 결과는 알려주지 않고 양성인 경우에만 전화를 해준다 했습니다. 검사 후 며칠 동안은 전화가 울릴 때마다 양성 확진 전화일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어요. 그들의 검사 진행 방식은 진심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최악의 방식이었어요. 다시는 그런 식으로 진행하는 검사를 받고 싶지 않았어요.



아파트마다 다른 정보

관리소로부터 메일을 받고 잠든 이튿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 아침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아파트 교민 단톡방이 뜨거웠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한다던 검사소에 벌써부터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게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주변 아파트 단지는 여러 개가 있고 모두가 엉켜서 줄을 서 있게 생겼는데 관리소에서는 언제 가라는 등의 추가적인 메일이 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캡처해 온 아파트별 검사 시간표만이 아파트 교민 단톡방에 올라올 뿐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알아서 시간표를 구해 오고, 검사 진행 방법에 대한 억측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공식적인 어떤 자료도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파트 관리실과 다른 아파트 관리실에서 보낸 이메일에 적힌 내용은 그야말로 모두 달랐어요. 모두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를 전달해 주긴 했는데,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었죠. 오히려 일부에서 원 공문에는 없던 표현들 ‘no requirement’, ‘voluntary activity’, ‘recommendation’, ‘not mandatory’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습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자체적으로 해석하거나, 상부에 개별적으로 문의 후 작성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각 아파트 관리소에서 보낸 메일을 받고서 의심스러웠던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물어본 경우에 받은 답변은 하나같이 검사가 강제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내용보다는 검사를 어떻게 받을지에만 집중했어요. 어떤 아파트는 세대 당 1명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고, 또 다른 아파트는 모두가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약자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 검사를 받으라는 곳이 있는 반면, 반대인 곳도 있었습니다. V 아파트는 단지 내에서 동별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응하지 않는 세대는 전기와 수도를 차단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몇 주 전에 차단한 적도 있고요. 그 아파트의 정책 덕에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같은 일을 당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모든 정보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어요. 현지인이든 교민이든 모두가 헷갈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안감은 모일수록 커지는 것

교민 생활을 하다 보니, 교민의 생활 정보는 주로 교민들 단톡방에서 얻게 됩니다. 이번 검사로 인한 불안감도 그곳에서 얻었습니다. 이 검사가 얼마나 핫했는지 분 단위로 톡이 올라왔습니다. 다른 아파트에서 보내준 메일의 내용이 무엇인지, 검사소의 대기 줄 상황이 어떤지, 아이를 놓고 갈 수가 없는데 데리고 가도 괜찮은 상황인 건지. 모두가 각자의 불안을 남에게 퍼뜨리고 있었어요. 줄 서 있다가 걸릴 것 같다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톡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여기 사는 외국인 중에는 다른 가족 없이 부부와 아이만 이곳으로 와서 살고 있는 가족이 많습니다. 멀쩡했던 사람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다녀오느라 코로나에 걸리게 될 위험성 때문에 감히 검사받는 동안 다른 이에게 쉽게 아이를 봐달라고 할 만한 처지는 못 됩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서 어린아이를 놓고 나갈 수 없는 없는 엄마들은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 몰라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어요. (불이익이라고 해도 잡아갈 일은 없어요. 독방이 부족한 판국에 잡아 가서 어디에 가둡니까. 음성인 게 확실해서 안 간 거면 불이익받을 일은 뭐가 또 있겠으며.)

오후 2시, 가장 더운 시각. 검사소가 바글바글합니다.
오후 9시. 더 많아졌고요.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검사 진행 방식

지난번 다낭 에피데믹 때 보았던 참으로 엉성한 검체 관리 방식과 방역 수칙, 그 사이에 지역 확산이 없었으니 바뀐 게 있겠나 싶어서 저는 응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검사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 장의 종이에 인적사항을 적어서 다음 사람에게 넘겨야 했는데, 한 칸은 10명씩 묶여 있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검체와 인적사항을 하나하나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으니 그렇게 한 것일 테고, 10명의 그룹 중 누군가에게서 의심스러운 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전원이 잡혀가서 2차 검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검사 전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어도 검사 직전 후로 그들과 밀접하게 서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의심환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발적인 전수 검사는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모든 게 아날로그인 이 나라에서 검사를 받지 않은들 그들이 많은 주민들 사이에서 검사받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겠나 싶어요. 게다가 엄청난 인원을 한 번에 검사해야 한다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겠죠. 밤 9시가 넘어서 공문이 내려왔으니 바로 다음 날 단 하루 동안 이 동네의 모든 사람이 검사를 받으러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번에 급하게 진행한 extensive screening은 이 동네에서만 진행한 것은 아니어서 진단 키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PCR, 항원 진단 키트가 임의로 섞여서 배부되었습니다. 최근 2주 내에 공식 지정 병원 네 군데에서 진행한 PCR 진단 결과를 제출하는 경우 이번 검사를 면제해 준다고 했습니다. 오늘 저희 아파트 주민 중 두 명이 해당 병원 중 R. Medical, F. Medical에 한 명씩 방문했는데, 모두 항원 진단 키트로만 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50만 동(한화 약 25000원)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서 검사를 받고 왔어요. 지정 병원은 맞지만, 항원 검사 결과를 인정해주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줄을 서도 되지 않는 대가로 그들은 돈을 지불했습니다.



혼란 속의 장사꾼

오후 5시가 넘어가자 아파트에 장사꾼이 등장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는 장사꾼이 등장하기 마련이죠. 많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기를 꺼려했는데, 그것을 알게 된 R. Medical에서 구급차를 끌고 출장 검사를 나온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위급함을 느끼게 하는 게 구급차입니다. 여태껏 줄 서는 걸 피하느라 검사를 받지 못해서 큰일이 날 것 같다고 느낀 사람들은 그곳에 몰려들기 시작했고 또 한 번 교민 단톡방이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실제로 줄을 서야 한다는 공포감을 줄여주기 위해 그들은 검사를 받을 차례가 되면 전화를 해 준다는 방식을 제안했어요. 인정을 해주는지 안 해주는지도 모를 검사인지는 차치하고서도, 꼭 받아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는 검사를 받으러 많은 사람들이 달려갔습니다.



무섭다고 해서 대중에 끌려 다녀야 할까요?

공산국가의 처벌은 무섭고, 외국인은 보호받기 힘듭니다. 그런 이유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그들끼리의 대화로 또 다른 공포를 양산하고 더 많은 이들을 그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자꾸 단톡에 올라오는 그들의 대화를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불안해지는 느낌이어서 저는 단톡 알림을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검사소 문이 닫히는 밤 10시까지도 사람들의 검사 관련 대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이번 검사를 호찌민 한인회에서는 ‘전수 검사’라고 상당히 보수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제가 베트남어 공문을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을 읽어 보았는데, 강제로 모두를 검사한다는 말은 없었어요. 하지만 공식적인 기관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표현을 해야 후폭풍이 적을 것입니다. 그래야 많은 한국 교민들이 검사에 응할 테니까요. 게다가 한인회에서는 전수 검사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또 다른 감염 우려를 발생하게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해결해주기를 꺼려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희 동네의 검사는 각 아파트별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아파트가 묶인 동네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으로, 아파트에 건의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어요. 사실 이 문제가 한인회에서 해결해줄 일은 아니지만, 전수 검사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상당히 유감입니다. 한국어가 편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베트남어나 영문으로 된 문서보다 한인회에서 공식으로 번역해 놓은 것에 더 의존하게 됩니다. 문서에 적혀 있는 sampling, extensive screening이라는 표현보다 ‘전수 검사’라는 한국말이 한국인에게 더 편한 건 자명해요. 결국 한인들끼리 알아서 공포를 키워낸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모든 거주민을 상대로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트조차 가지 않은 지 오래된 사람이라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걸렸을까 불안한 다른 이들에게 검사받을 기회를 넘겨주면 됩니다.


단체의 공포심이 개인의 논리적인 생각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지켜볼  있었습니다. 오늘의 검사는 끝났지만 아직  정리된  아닙니다. 이번 코로나 에피데믹도 끝나려면 멀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포감에 휩싸여 자기 자신을 내던지고 공황 장애에 빠지기 전에 제발 이번 에피데믹이 마무리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처럼 코로나와 함께 하는 삶이 아직 베트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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