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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뒷면 Dec 29. 2023

비우는 것

시작

검은 캔버스 앞에 캄캄한 어둠을 응시한 돌덩이가 있다.  짙 무거운 검은빛이 내 안의 그림자와 교차한다.  속에서 소란 내면을 만히 마주 본다. 굳어버린 돌덩이처럼 주저앉아 서걱대는 마음을 따라간다. 미움, 원망, 후회, 슬픔, 분노, 체념,  쉬이 떨어지지 않 삼키지못해 명치끝에 려서 숨결 따라 오르내리는 그것들, 덕지덕지 엉겨 붙어 뿌리쳐지지 않는 끈덕진 그것들, 가지려 할수록 스러지는 그것들, 써 모른 척해봐도 무너 가져가는 그것들, 여전히 놓지 못해서 위태롭다. 용서로 가는 길목에서 습관이 된 그것들에 붙들려 넘어다.


세월이 흐르고 해가 바뀌면 옅어질 만도 한데 시간의 무게를 싣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해진다. 딱딱한 내 돌덩이, 꿈 쩍 달싹하지 않 그것을 끙끙대며 끌어안고 살다가 그만  돌덩이가 되다. 나를 짓누르고 파괴하는 무거움, 제는 나를 놓아달라고 비명 치듯 소리친다. 끌어안고 있는 줄몰랐으니 미련했노라 반성한다. 비어있지 않으면 가볍지 않으면  누구도 오가지 않는다. 엇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검은빛이 서서히 줄고 흐 하얗게 될 때까지 돌덩이는 꼼짝하지 않는다. 검은빛을 쓸어간 하얀 캔버스 앞에 돌덩이가 있다. 캄한 빛이 사라졌다. 검은빛을 삼켜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그림자가 저렇게 희어지려면  몇 날을 지새워야 할까?


꽉 움켜쥐었으나 결국은 한 줌도 쥐지 못한 손, 욕망으로 전진했다가 욕망으로 절멸한다. 의지로 버티다가 의지로 파괴된다. 내 맘대로 하고 싶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약 오르는 삶, 내 뜻대로 하려 했으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권태로운 삶, 의지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고 비웃어대는 삶, 욕망과 현실의 틈에서 짓이기는 삶, 내가 할 수 없는 들에 허우적 대는 삶, 무엇도 해낼 수 없다는 무기력에 떠밀려 다니는 삶, 끝없이 집착하다 등지기를 반복하는 삶, 문득 무언가를 잃어버 것 같은  몸을 츠린다. 간신히 그러 쥔 손을 숨이 다. 내려놓고 보니 많은 것을 짊어매고 있었다. 러쥔 을 내려놓으려 비우기를 시작다.


한번 고 다시 열어보지 않은 책, 사두고 쌓아둔 책, 듣지도 않고 보관한 음반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 예뻐서 모아두고 금세 잊어버린 인형들, 보기 좋겠다며 고른 그릇들, 하나씩 꺼내서 상자에 담는다. 상자하나가 금세 채워지고 두 개 세 개가 된다. 쉽게 잊고 무심하게 방치한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이 많은 물건만큼 마음이 풍족했던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리를 하고 나니 한결 운하다. 물건 어버리 듯 마음 쉽게 털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낡고 오래된 것들을 비워내고 가벼워지고 싶다. 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깃털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사진출처: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전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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