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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스티커로 아이의 인재상 만들기

나열돼 있던 칭찬스티커를 모아보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다른 어떤 말보다 와 닿는 문장이다.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글쓰기를 다시 도전했다. 새해를 맞아 글을 좀 써보자고 얼마나 나를 독려했던가. 얼마나 책상에 앉으려 노력했던가.


며칠 간의 나의 힘겨운 노력이 찰나의 지금 내겐 너무도 즐겁다. 티스토리에서 한자리 조회수도 넘지 않던 나의 글들이 어제 무려 네 자릿수를 넘어갔으니. 이 아니 기쁠 수 있으랴. 피곤해 잠에 들고 싶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맘으로 또 글을 쓰고 있다. -물론 내 글의 잘난 덕이 아니라 알고리즘 덕이란 걸 알고 있다. 조회수만 늘고 라이킷은 없으니 글 덕은 아닌 듯 하다. 어찌 됐든 내겐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어른도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하랴. 특히나 첫째는 더욱 칭찬에 동기를 부여받는 성향이라 새로운 칭찬 스티커를 만들었다. 그동안 아내가 칭찬 스티커를 통해 독서활동이나 집안일 등에 대한 보상으로 잘 활용해 왔는데, 아빠표 칭찬스티커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재밌고 간단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내가 활용해 오던 칭찬 스티커는 독서 스티커에서 시작해서 점차 먹은 그릇 가져다 놓기 등의 생활습관으로 종류가 늘어났다. 별도로 학습지나 학원을 보내지 않기에 우리말 동화를 본 후 영어 동화 보는 걸로 영어 스티커, 그리고 최근 추가된 것이 동생 이름에 성을 빼고 부르기였다.


고집 센 누나는 두 살 어린 동생에게 늘 이름에 성을 붙여 불렀다.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야~ 조노을”이라 부르기 일수였다. 이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기분이 좋던 나쁘던 이름에 성이 붙어 있었다. 온순한 동생은 아랑곳 않는다. 이것을 고쳐보려 첫째 이름을 부를 때 우리도 성을 붙여 불러보았지만 유치한 애들 싸움처럼 번질 것 같아 스티커로 바꿨던 참이다.

동생 이름 부르는 것으로 스티커를 받다니. 쓰다보니 빅픽쳐?

내가 볼 때 첫째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동생을 좀 덜 휘둘렀으면 하는 것이다. 두 살 터울이지만 35개월 차이 인지라 여태껏 누나를 잘 따라왔는데 이제 동생도 여덟 살이 되어선지 곧잘 누나에게 대들며 갈등 상황이 연출되어서다. 부모의 눈에서 보면 그동안 둘째가 억울한 경우가 많았는데 내 입장에선 그냥 좀 내버려두었었다. 애들끼리 밸런스도 있는 것이고, 어릴 적엔 원래 동생이 당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해서다. 그런데 점차 남매간 갈등 상황도 커지고, 코로나로 학교도 제대로 못가 작년엔 친구도 못 사귄 첫째가 이러다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면 어쩌나 싶은 맘이 들었다.


그래서 칭찬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이게 칭찬스티커가 좀 많았다. 종류가 많다 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스티커도 남발되고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하여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우선 어떤 아이로 자라면 좋을지부터 생각해서 인재상을 만들었다. 자존감이 넘쳐흘러 세상 저 밖에 모르는 첫째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싶었다. 늘 동생과 자신을 구분 짓는 말로 로 “내가 애야? 그것도 모르게?”라는 말을 달고 있는 첫째에겐 ‘어린이’ 란 단어를 명기해서 너도 ‘어린이’란 사실을 명시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그런 첫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남의 눈치를 잘 보는 둘째는 다른 이를 상당히 배려하는 편이다. 지인들도 둘째는 참 성격이 좋다고 칭찬을 하는 편인데 외려 부모의 맘에선 염려도 된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본인의 욕구는 제대로 인식 못한 채 자라게 되는 건 아닐지, 남의 인정을 통해 스스로를 채워가는 건 아닐지. 아마 보통의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들은 사춘기 때나 어른이 되면 자신이 비어버린 공허함을 느끼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둘째의 인재상엔 ‘주도적인’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둘 다 인성 같은 핵심 역량들(배려심, 집안일, 학습노력)을 만들었는데 첫째는 학습노력란이 강한 편이고, 둘째는 배려심이 강한 편이라 삼각형이 달라질 것이다. 둘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면 애들도 뭔가 깨닫는 게 있으려나?


아내가 인터넷에서 출력한 인성 카드

인성부분을 맨 위칸에, 함께 살면서 꼭 필요한 집안일 분담은 좌측에, 숙제 하기, 일기 쓰기 등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학습 노력으로 일괄하기로 했다. 행여 백점 시험지를 받아와서 자랑한다면 학습노력에 스티커를 부여할 예정이다.


딴엔 나름 잘 만든 칭찬스티커 같아 어린이를 둔 다른 부모들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남긴다. 도움이 되시려나. 여하튼 용기 내어 글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이 스티커는 피파 같은 축구 캐릭터 능력치를 나타내는 오각형 모양에서 따왔다. 그러니 애들 역량이 커져서 능력이 강화되면 더욱 재밌어할 것 같았다. 세 개의 역량이 커져서 원이 한 단계 커지면 애들이 원하는 선물을 사주기로 했더니 애들이 참 좋아한다. 첫째는 원이 가장 커지면 모자이크 십자수를 사달라고 한다. 얼른 그 날이 오길 바란다.

그댄 수비역량을 키우셔야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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