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한편에선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키우던 햄스터가 죽었다.
등에 줄무늬가 다람쥐처럼 예뻐 ‘줄줄이’라며 이름을 붙여줬던 햄스터인데 집으로 데려온 지 일 년이 조금 지난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다.
첫째 딸이 그렇게 키우고 싶다며 일 년 동안 부모를 졸라가며 분양받은 햄스터였는데, 그 관심이 식기까진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냄새가 난다는 이유였던 것 같은데 그건 핑계인 듯하고,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의 특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줄줄이에 대한 애정은 내게 점점 크게 다가왔다. 난 동물들을 대개 좋아하지만 햄스터엔 유독 관심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햄스터도 결국 설치류라 왠지 소름 끼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딸이 하도 햄스터 노래를 부르니 ‘나중에 키울 수 있도록 해주마’ 약속을 하고 햄스터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기 시작했다. 햄스터 중에도 정글리안종은 다람쥐를 닮아 꽤 귀엽다는 것도 그때쯤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햄스터의 평균 수명이 2년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올해 말쯤 이별하겠구나, 막상 생각하며 하루하루 애정을 듬뿍 쏟고 있던 줄줄이였는데 이렇게 하루 만에 이별을 하니 마음이 참 아프다. 그래서 먼 훗날 줄줄이를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남긴다.
건강하던 줄줄이가 이상 증세를 보인 건 어제저녁부터였다. 새벽 한시쯤 되어야 활동을 하던 녀석인데, 어제저녁 6시쯤 챗바퀴를 돌리기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기도 했다. 하지만 활동적이었기에 이렇게 일찍 작별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줄줄이를 손에 올려 가만히 살펴보니 동그랗게 예쁜 눈도 반쯤 감겨있었고, 살도 많이 여워있었다. 깜짝 놀랐다. 매일 살펴보고 있었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살이 빠졌었나 싶었다. 요즘 살이 점점 빠지는 것 같긴 했지만 별스럽지 않게 여겼던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영양제도 챙겨주고, 사료도 바꿔주기도 했지만 그냥 나이가 들어 식욕이 떨어졌겠거니 정도로만 여겼었다. 어젯밤 안쓰런 맘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톱밥에 몸을 웅크리는 것까지 봤는데 그게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던 것 같다.
아침 출근 전에 잠시 살펴보니 톱밥 속에서 잠든 것처럼 웅크리고 있기에 깨우지 않았다. 행여나 겨우 잠든 녀석을 내 안도심을 채우려 깨우긴 싫었다. 숨을 쉬나 한참을 지켜봤지만 미동이 없어 보였다. 출근 후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퇴근 후 아내가 슬픈 얼굴로 맞는다. 대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았다. 아내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들은 크게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슬펐다. 아이들에겐 슬픈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른의 눈시울이 젖은 모습을 보이기 부끄러웠다. 혼자 방에서 맘을 조금 추슬렀다. 아이들에겐 작별 인사만 전해주도록 했다.
집 앞 나무 아래에 아내와 잘 묻어주었다. 나에게 따스한 생명의 온기를 전해주던 사랑스러운 줄줄이가 갑자기 떠난 것이 너무 슬프다. 다시금 삶의 유한함에 대해 느끼게 된다. 나도 죽는다는 진리를 새기게 된다. 슬픔으로 가득 차지만 안도감도 얻는다. 내가 한 반려동물의 생애를 잘 지켜줬구나. 아이들의 관심이 식어도 ‘파양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책임감 있게 잘 돌봐줬구나’라는 안도감을 가진다. 나를 달랜다.
내게 와줘서 참 고마웠어.